[기자의 눈/구자룡]日총리, 美이어 中언론 기고… 또 밀린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런민(人民)일보 등 주요 언론에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기고문이 실렸다. 간 총리는 ‘일본은 부흥과 신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와 국민이 대지진 직후 신속히 지원의 손을 내밀어 준 데 대해 일본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표시한다”면서 “이번 일로 일본은 ‘환난을 당해 비로소 진정한 정을 느끼게 됐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중국을 ‘영원한 이웃’이라고 표현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보여준 뜨거운 관심 덕에 상당수 일본 국민은 많은 위로를 느끼고 큰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후쿠시마에서 국제원자력 사고 등급상 가장 심각한 사고를 일으킨 데 대해 커다란 유감을 느낀다”면서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해 일선에 나서 지휘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 역시 거국적으로 전력을 다해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 총리는 이런 기고를 중국에만 보낸 게 아니다. 그는 앞서 16일과 17일에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도 같은 제목으로 재난의 경위와 앞으로 일본 정부의 대응 방침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간 총리의 기고문 내용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신문에 게재된 일본 총리의 기고문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왜일까. 사실 지리적으로 한국은 원전 방사능 누출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대지진 직후 한류 스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정성어린 성금을 모았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도 수요 집회를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달 초 방사능에 오염된 물 1만5000t을 바다에 버리면서 한국 정부와는 협의나 사전통보도 없었다. 일본 총리 관저에 미국 원자력 전문가를 상주시키는 등 미국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했던 자세와 너무도 대비된다.

역사적으로 한일 간에는 감정의 골이 깊이 남아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번 재난 극복 과정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간 총리는 기고문에서 “내국인뿐 아니라 해외 여러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시시각각 발생하는 변화 상황을 포함해 원전 사고와 관련된 소식을 매우 투명하게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반성과 다짐을 제일 먼저 전달해야 할 대상은 바로 옆의 이웃일 것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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