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경제적 이해관계에 점차 컨버전스(융합)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컨버전스는 자동차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자동차산업의 변화는 판매 실적에서 나타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90만 대의 자동차를 팔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약 25만 대를 판매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8.1%를 점유했다. 이런 추세라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외제차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3월 한국GM의 쉐보레 브랜드가 출시된 이후 곳곳에서 쉐보레의 황금색 나비넥타이 로고가 눈에 띈다. 이 외에 랭글러, 컴퍼스, 그랜드체로키 등 다수의 지프 모델과 함께 크라이슬러 300C도 시내를 누빈다. 포드코리아 역시 올해 4종의 신차를 출시하면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입차 비중은 2007년 6.1%에서 2010년 7.8%로 높아졌고, 1분기 2만5000대 넘게 팔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자동차의 미국 판매 증가와 수입자동차의 한국 판매 호조가 맞물려 자동차산업에 새롭고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충북 오창에 있는 LG화학의 최첨단 전기차 배터리공장 준공식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했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포드를 비롯해 국내외 상당수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한국GM 또한 장거리 주행용 전기자동차인 쉐보레 볼트의 배터리 공급처로 LG화학을 선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뜻깊은 행사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해 녹색성장과 더불어 외국기업들과의 협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미시간 주에서 열린 LG화학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양국 정상의 관심 속에서 진행된 이런 행사들은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도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양국 기업 간의 ‘윈윈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서울모터쇼를 봤다. 이번 모터쇼가 나에게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단지 모터쇼를 처음으로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모터쇼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모터쇼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올해는 50종 이상의 신차를 선보이며 역대 모터쇼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이번 행사에서 ‘베스트 콘셉트카’에 선정된, 한국GM이 세계 최초로 공개한 ‘미래’를 포함하여 온갖 미래형 콘셉트카가 공개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모터쇼 참가를 신청한 외국자동차 브랜드는 별관 혹은 별도의 층에 전시장을 받곤 했지만 이번 모터쇼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 자동차산업도 현대화와 개방화를 통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나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자신감을 확인했다.
서울모터쇼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굴지 기업들의 최신 모델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만큼 세계 어느 모터쇼와 비교해도 규모나 수준에서 대등하였다. 이런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녹색성장,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한미 양국 기업 간 파트너십 구축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양국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며 이를 바탕으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 신사업을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한층 자신감을 갖고 외국 기업들과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할 수준에 이르렀다. 양국 기업 간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이런 결실에 주한 미국상공회의소가 기여하고 있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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