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국회 윤리특위 무용론 나오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이재명 정치부 기자
이재명 정치부 기자
“글쎄요. 저도 궁금합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최근 파행을 거듭하는 이유를 윤리특위 관계자들에게 묻자 돌아온 답이다. 윤리특위는 29일 전체회의와 징계심사소위를 잇달아 열고 ‘밀린 숙제’를 할 예정이었지만 두 회의 모두 취소됐다. 앞서 21일 열린 징계심사소위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현재 윤리특위가 처리해야 할 국회의원 징계안은 37건에 이른다. 가장 관심사는 지난해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무소속 강용석 의원 징계안이다. 외부인사 8명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는 13일 강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윤리특위에 냈다.

국회법은 윤리특위가 자문위의 의견을 존중해 징계 수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문위 의견을 꼭 따를 필요는 없지만, 동료 의원을 내쳐야 하는 윤리특위 소속 의원들의 부담은 작지 않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 소속 정갑윤 윤리특위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밤 돌연 회의를 취소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빚고 있어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9일 국회 세계박람회지원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었다.

석연찮은 이유로 전체회의가 취소되자 징계심사소위도 자동 취소됐다. 징계심사소위 위원 8명 중 2명이 공석이라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 위원을 배정해야 하는데, 전체회의가 취소됐으니 소위도 열 수 없게 됐다.

소위 위원이 공석이 된 것은 한나라당 이은재,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각각 26일과 28일 윤리특위 위원을 사임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 처리 당시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국회법은 자신의 징계안을 심의할 수 없도록 해 이들의 사임은 불가피했다. 21일 징계심사소위가 무산된 것도 이들이 불참하거나 징계심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임한 두 의원의 징계안은 지난해 12월 제출됐다. 그런데 4개월이 넘어서야 두 의원이 사임하고, 그걸 이유로 소위는 열리지 못했다.

징계심사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이날 “의결 절차가 지연된 것일 뿐 동료 의원 감싸기가 아니다”면서 “국회가 열리지 않는 다음 달이라도 소위를 열겠다”고 말했다.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의원들만 몰랐을까. 윤리특위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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