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최근 파행을 거듭하는 이유를 윤리특위 관계자들에게 묻자 돌아온 답이다. 윤리특위는 29일 전체회의와 징계심사소위를 잇달아 열고 ‘밀린 숙제’를 할 예정이었지만 두 회의 모두 취소됐다. 앞서 21일 열린 징계심사소위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현재 윤리특위가 처리해야 할 국회의원 징계안은 37건에 이른다. 가장 관심사는 지난해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무소속 강용석 의원 징계안이다. 외부인사 8명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는 13일 강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윤리특위에 냈다.
국회법은 윤리특위가 자문위의 의견을 존중해 징계 수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자문위 의견을 꼭 따를 필요는 없지만, 동료 의원을 내쳐야 하는 윤리특위 소속 의원들의 부담은 작지 않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 소속 정갑윤 윤리특위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밤 돌연 회의를 취소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빚고 있어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9일 국회 세계박람회지원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었다.
석연찮은 이유로 전체회의가 취소되자 징계심사소위도 자동 취소됐다. 징계심사소위 위원 8명 중 2명이 공석이라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 위원을 배정해야 하는데, 전체회의가 취소됐으니 소위도 열 수 없게 됐다.
소위 위원이 공석이 된 것은 한나라당 이은재,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각각 26일과 28일 윤리특위 위원을 사임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은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 처리 당시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국회법은 자신의 징계안을 심의할 수 없도록 해 이들의 사임은 불가피했다. 21일 징계심사소위가 무산된 것도 이들이 불참하거나 징계심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임한 두 의원의 징계안은 지난해 12월 제출됐다. 그런데 4개월이 넘어서야 두 의원이 사임하고, 그걸 이유로 소위는 열리지 못했다.
징계심사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이날 “의결 절차가 지연된 것일 뿐 동료 의원 감싸기가 아니다”면서 “국회가 열리지 않는 다음 달이라도 소위를 열겠다”고 말했다.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의원들만 몰랐을까. 윤리특위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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