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날 거물 고객(VIP)과 일부 은행 임직원 및 그 친인척들은 예금 전액을 빼내갔다. 검찰은 영업정지 정보를 미리 알고 빼간 의혹이 있는 3500여 개 계좌를 추적 중이다. 대다수 고객은 1인당 5000만 원까지로 돼 있는 예금보장 규정에 걸려 상당액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개인 정보력을 이용해 자기 예금을 전액 거둬들였지만 ‘개미 고객’은 손실을 입는 결과가 됐다. 정부가 공정사회를 화두로 삼는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힘없는 고객은 가슴을 칠 일이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정보 유출 사건의 배후에는 부산지역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 직원은 불법인출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소문도 나돈다. 더욱이 저축은행 주요 주주들이 불법인출에 앞장선 것은 용서받기 어려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다.
이번 수사는 최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대검 중앙수사부가 맡았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이후 기능이 사실상 중단됐던 중수부로서는 2년 만에 직접 수사의 칼을 빼든 셈이다. 의혹의 핵심인 국회의원이나 금감원 직원, 대주주 등에 대한 수사가 이번 사건의 관건이다. 예금을 전액 환수한 고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빼냈고, 정보 제공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주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수사는 중수부의 폐지 논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수부는 지난날 정치권력과 고위공무원, 재벌 등의 거악(巨惡)을 제거하는 수사를 많이 했지만 권력의 하청수사라는 오명도 따라다녔다. 공정하면서도 추상같은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만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다. 수사에 성역을 남겨둔다면 특별검사 논란이 불거지고 중수부 폐지론에 힘이 붙을 것이다.
부산지역 일부 의원은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저축은행 예금 및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장해주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예금을 떼인 일부 고객의 사정은 딱하지만 고(高)수익 상품에 고위험이 따르는 것이 금융시장의 기본원리다. 저축은행 예금을 5000만 원을 넘어선 부분까지 전액 보장하자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모럴 해저드를 조장하고 금융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포퓰리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