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11테러 10년 만에 막 내린 빈라덴과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9·11테러의 배후 주역인 오사마 빈라덴이 지난주 파키스탄의 은신처에서 미군 특공대에 사살됐다. 빈라덴의 목에 2500만 달러(약 267억 원)의 현상금을 걸고 10년간 끈질기게 추적한 미국의 승리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펜타곤에 승객을 가득 태운 여객기로 자살공격을 감행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빈라덴은 21세기 첫 10년의 모습을 음울하게 바꿔놓았다. ‘테러와의 전쟁’이 글로벌 어젠다가 됐다. 미국의 외교안보전략부터 세계인의 항공여행에 이르기까지 9·11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나눠졌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3000여 명이 빈라덴의 테러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사건은 미국과 미국인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죽여서든 살려서든 빈라덴을 잡아오라’고 명령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고 옛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이 쥐고 있던 세계 주도권도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제 빈라덴의 사살을 발표하면서 “정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발표가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성조기를 들고 나와 ‘USA’를 연호했다. 빈라덴의 사망은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급진 테러조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보복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급진 테러조직은 최근 수년간 대다수 아랍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를 거쳐 중동으로 확산되는 ‘아랍의 봄’에 빈라덴이 최후를 맞은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부의 세속 세계와 소통하는 이슬람 젊은이들에게 이슬람 신정(神政)이나 성전(聖戰·지하드)은 더는 호소력이 없다. 중동의 젊은이들은 테러와 폭력으로 서방세계와 맞서려는 이슬람 근본주의 대신에 종교와 거리를 둔 세속적 민주화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있다.

빈라덴이 죽었다고 알카에다가 바로 궤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카에다에는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건재하고 자생 급진 테러조직이 곳곳에서 활동한다. 지구 평화를 위협하는 이슬람 테러조직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유일한 길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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