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경현]‘학제 개편’ 혼란 부른 김상곤 교육감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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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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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현 사회부 기자
남경현 사회부 기자
취임 2주년을 맞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교육감은 경기도를 ‘혁신교육 선진자치지역’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하겠다며 6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연계한 창의지성교육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 그는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1년을 연계한 4년을 창의지성교육과정으로, 나머지 고교 2, 3학년 2년을 진학진로과정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 평가체계도 그에 따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혼란이 일었다. 김 교육감의 발표를 두고 과연 중고교 학제를 개편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고교 2, 3학년 때만 입시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인지 등 추측이 난무했다.

한 학부모는 “현행 3년제인 중학교가 4년으로 늘어나고 고등학교는 2년으로 줄어드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한 나라 안에서 지역마다 교육내용이 달라지면 어떻게 하느냐. 전학을 오가는 학생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 심지어는 학제를 개편하지 않고 어떻게 중고교 과정을 연계하느냐며 사실상 학제개편을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고 1때까지 4년간은 대입교육을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얘기도 나왔다. 일선 학교현장에서도 이날 발표에 어리둥절해했다. 한 중학교 교장은 “아직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의 짤막한 발표 외 구체적으로 중고교 연계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혼선을 부추겼다.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경기도교육청 해당 과에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못했다. 담당 연구사는 “학제 개편은 아니다. 주입식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을 지양하고 토론식 탐구식 협력 프로젝트식 학습을 늘려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평가도 창의서술형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는 설명뿐이었다. ‘창의성과 인성함양, 토론식 수업, 서술형 평가’ 등은 국내 학부모라면 귀에 질리도록 들어온 말이다. 중요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뻔한 목표’가 아니라 ‘뭘 언제 어떻게’이다. 김 교육감은 뭐가 그리 바빴는지 골격만 발표해놓고 알맹이는 빼먹었다. 서둘러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학부모가 찬성을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 할 것이다. 중학교 3학년생 아들을 둔 기자도 혼란스럽다.―수원에서

남경현 사회부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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