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검정 권한이 국사편찬위원회(국편위)로 환원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 근현대사는 2002년 국사 과목에서 독립해 국편위의 손을 떠나 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 체제로 들어갔다. 사회적 논란이 분분한 교과서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은 친북 좌(左)편향 역사 기술을 거의 걸러내지 못했다. 이 기관이 워낙 다양한 과목의 교과서를 검정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사 검정이 모두 국편위의 손으로 넘어간다.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그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 교과서가 남북 정권을 같은 비율로 다루면서 편향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현행 고교 한국사가 지나치게 근현대사 중심으로 기술된 것도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라고 말했다. 근현대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근접해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사 교과서가 친북 좌편향으로 흐른 근본적인 이유는 집필진에 전교조 교사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에 전문성이 깊은 국편위이니만큼 검정위원을 선정하는 데서부터 균형감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한국사가 중학교에서 전(前)근대사를,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체제로 변한 것은 노무현 정권 말기다. 당시 고등학생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좌편향이 심한데도 필수 과목이어서 반드시 배워야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고교 한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바꿨으나 내년부터 다시 고교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다. 이와 함께 중고교 구별 없이 한국사 전체를 가르치되 중학교에서는 정치사 문화사 중심으로 가르치고, 고등학교에서는 사회경제사와 대외관계사를 추가해 가르치는 식으로 변화한다.
내년 필수화 시기에 맞춰 새 교과서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집필 기준에 따른 교과서는 빨라도 2013년에나 나온다. 고교에서의 한국사 필수화를 서두르지 말고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 교과서가 좌편향으로 기술돼 있는 마당에 성급한 필수화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확산시킬 뿐이다. 한국사의 편제와 내용을 바로잡은 뒤로 필수화를 늦추는 게 옳다. 집필 기준을 만들 때도 한국사 전공 이외 다른 전공 학자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국사학계는 필수화를 너무 서두르지 말고, 국편위는 교과서 바로잡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