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광우]에너지 절약은 ‘제5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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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5일 03시 00분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의 화두는 석유와 원자력발전의 공급 불안정성이다. 석유는 세계 에너지 소비의 33.1%를, 원전은 세계 발전의 13.5%를 차지하는 주요 에너지다. 그러나 중동 및 아프리카 민주화 도미노로 지구촌이 고유가의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해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 정세가 진정되고 일본 원전 사고가 수습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은 높아지고 에너지 자원의 공급 불안정성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충족시키려면 자원민족주의가 강한 자원부국에 점점 더 의지해야 하고 에너지 생산 환경도 심해나 극지 비중이 늘어나는 등 열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에 주요국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석유와 원자력을 충분히 대체하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결국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통해 2030년까지 늘어날 에너지 수요의 약 20%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온실가스 감축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은 기술과 시설 투자가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보다 더욱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이유에서 에너지 절약을 불, 석유,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에 이어 ‘제5의 에너지’로 부르기도 한다.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절약하려면 생산활동과 소비습관, 생활문화 등에 걸쳐 경제적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건전한 에너지 소비의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 방법 등에 대한 홍보와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 의식이 강해지면 대기전력 소비가 줄거나 자전거 출퇴근족이 늘어나는 등 에너지 소비생활이 바뀔 수 있다.

민간 차원의 에너지 절약 노력을 촉진하고 그 효과를 증폭시키려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이 지렛대로 작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국내총생산 대비 전력사용량이 평균치의 1.7배에 이르지만 전력요금은 최저 수준이다. 저가 에너지 공급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에너지 절약 의욕을 저해하고 에너지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전기나 천연가스 요금을 현실화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등 에너지 절약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비용 상승 부담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적으로 높아질 녹색무역 장벽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절약을 쾌적한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인프라 조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에너지 절약 의식이 높더라도 실천하기 어렵다면 에너지 소비 행태가 바뀌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대중교통의 이용 편의 개선, 지능형 전력망 구축과 스마트 미터기의 보급 확대, 전기자동차의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의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또 에너지 가격 합리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질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배려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런 정책은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미온적이거나 불확실할 경우 민간의 에너지 절약도 본격화하기 어렵다. 에너지 과소비 행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이 공급 한계에 이른다면 우리는 고통스러운 에너지 절약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절약 정책은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할 때마다 강조하는 단기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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