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선은 가자미다. 예전부터 우리는 꽁치, 고등어, 갈치, 조기 등을 많이 먹었으니 대표 어종이 이 중 하나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자미가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한반도를 아예 가자미의 땅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가자미는 한자로 접((접,탑))이다. 그러니 접역((접,탑)域)이라고 하면 가자미의 땅이라는 뜻이 되고 접해((접,탑)海)는 가자미가 많이 잡히는 바다라는 의미인데 둘 다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우리 땅을 무궁화가 많이 자라는 곳이라고 해서 근역(槿域), 동방에 위치해 진역(震域)이라고 하지만 접역 역시 먼 옛날부터 많이 쓰인 별칭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자미를 많이 먹는다. 함경도와 강원도의 대표음식인 가자미식해를 비롯해 구이와 조림, 찜으로도 먹고 미역국에도 넣어 끓인다. 요즘 한국인이 많이 먹는 생선회가 광어회인데 광어 역시 가자미의 친척으로 예전에는 가자미, 광어, 도다리를 딱히 구분하지 않았으니 한국은 과연 가자미의 나라라고 할 만했다.
가자미 땅이라고 하면 낮춰 부르는 말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임금도 우리 땅을 접역이라고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조가 조선 땅을 접역이라고 부르고 정조 역시 “우리나라는 접역으로 예의를 아는 지방”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가자미의 땅이라고 불리게 된 근거는 기원전 3세기 무렵의 자전인 이아(爾雅)에 “동방에는 비목어(比目魚)라는 물고기가 많다”라는 기록에서 비롯됐다.
조선 후기 한치윤은 해동역사에서 비목어를 지금 세속에서는 가자미라고 부른다고 했고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비목어는 동해에서 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접역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균은 광어도 비목어라고 했다.
가자미나 광어를 비목어라고 부르는 것은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아에 나오는 비목어는 전설의 물고기다. 눈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짝을 짓지 않으면 헤엄을 치지 못한다.
가자미는 눈이 오른쪽에, 그리고 광어는 왼쪽으로 눈이 몰려 있는데 옛날에는 이것을 보고 눈이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두 마리가 반드시 짝을 이루어야 헤엄을 칠 수 있기 때문에 비목어, 그러니까 세속에서 말하는 가자미와 광어는 절대 헤어져 지낼 수 없는 연인, 사랑이 지극한 부부를 상징하는 물고기가 됐다.
참고로 비목어 비슷한 동물이 또 있다. 이아에 동방에는 비목어가 있지만 남방에는 비익조(比翼鳥)가 산다고 했다. 비익조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 못하는 전설상의 새다. 이 때문에 비익조 역시 남녀와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을 상징한다.
서방에는 비견수(比肩獸)라는 전설상의 동물도 있다. 한쪽 다리가 짧기 때문에 서로 어깨를 맞대고 의지하지 않으면 걷지를 못한다. 하지만 맛있는 풀을 발견하면 씹어서 반드시 짝에게 먼저 먹이고 어느 곳을 가든 함께 다닌다고 했다.
비목어, 비익조, 비견수 모두 남녀간의 지극한 애정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인데 우리나라가 바로 그중에서도 비목어가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가자미 또는 광어가 바로 연인과 사랑을 상징하는 물고기인 비목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 비목어인 가자미, 광어를 먹으며 집안을 애정이 넘치는 접역((접,탑)域)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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