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씨와 이지아 씨의 감춰졌던 결혼과 이혼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면서 세상이 떠들썩하다. 당사자들이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들인 데다가 스캔들이 보기 드문 종류이고, 이지아 씨와 교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배우 정우성 씨까지 연관돼 있어 더욱 파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과도한 관심이 지속되는 데 대해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알려진 대로 나는 12세라는 아주 어린 나이에 음반을 내면서 음악가로 데뷔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많은 이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은 나를 알아봐주는 일에 대하여 무한한 감사를 느낄 줄 아는 20대 중반의 어엿한 성인이지만 데뷔 당시 어린아이였던 나는 타인들의 관심이 무척 싫었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자면 그런 관심이 관심을 넘어 감시 같았기 때문이다.
혼자 학교를 오갈 때나 가족들과 오붓하게 외식을 할 때도 나는 항상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느끼고 수군거림을 들었다. 그 때문에 그런 분위기 속에서 외식을 한 뒤에는 꼭 소화불량이 생겨 부모님이 손가락을 따주시거나 소화제를 먹곤 했다. 지금도 십이지장궤양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의 위장 질환을 달고 산다. 아마 어릴 적 잦았던 소화불량 때문일 것이다. 성인이 된 뒤에는 이성 친구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관심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나와 다른, 평범한 사람을 만나면 그가 느낄 불편함과 제약 때문에 교제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때도 있다.
유명인도 사생활 보호받을 권리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와 분야는 다르지만 아역배우나 김연아 박태환 선수 등 스포츠 스타, 나와 동갑내기 가수인 보아 씨 등 어린 나이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자라온 사람들을 볼 때면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동병상련의 ‘동지애’를 느낀다.
물론 타고난 재능을 활용하여 많은 이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 즉 유명해지고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이런 관심 덕분에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개인적인 생활에 제약을 받는 등 스스로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일 역시 피할 수 없다. 유명하기 때문에 버려야 할 것보다는 누리는 부분이 더 많다는 점도 확실하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어떠한 특혜 또는 특별대접을 받는다거나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유명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봐준다거나 약한 처벌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서태지 씨와 이지아 씨가 자신들을 지지하고 성원해 준 많은 이에게 결혼과 이혼 사실을 감쪽같이 숨기고 언론과 인터뷰할 때 또는 출연했을 때 본인들이 미혼인 것처럼 팬을 포함한 많은 이들을 기만한 데 대해서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적당한 시기에 ‘알려지기’보다는 ‘알렸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 일이 반드시 세상에 알려졌어야만 하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만 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두 사람의 결혼과 이혼은 불륜 사건이 아니다. 무면허 뺑소니나 폭행처럼 법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일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무조건적이고 이유 없는 비하와 욕설,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신상털기’ 등 상식 이하의 일을 강요받아서도 곤란하다. 많은 이의 사랑을 먹고 살지만 유명인들도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받고,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알게 됐을 때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그런 감성적 충격을 손가락질로 연결하지 않았으면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유명인과 공인이 동급이 된 듯하다. 공인(公人)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 다시 말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공인은 국가와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월급을 받고 공적 활동을 수행하는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종사자, 정치인 등을 의미한다. 유명인은 국가와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고, 국민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는 세금을 대가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과는 다르다.
개인의 불행은 사과할 일 아닌데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명인들이 이혼을 하면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 숙여 사과하거나, 활동을 멈추고 은둔하면서 자숙의 시간을 갖곤 한다. 혹은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 유명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 미혼의 유명인들이 이성 친구와 결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개인에게 닥친 불행이지 범죄가 아니다.
한국에서 한 사람의 유명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 유명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임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유명인의 잘못에 욕을 하거나 손가락질하기 전에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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