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전 대표, 그리스 포르투갈서 무얼 봤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시민들은 버스와 지하철 요금 40% 인상이 불공평하다며 무임승차하는 ‘안 낸다(덴 플리로노·Den Plirono)’ 운동을 벌였다. 6개월 전 아테네 북쪽의 소도시 아피드나이 주민들이 자동차도로 통행료 징수에 반대해 ‘안 낸다’고 써 붙이면서 시작된 시민불복종 운동이 그리스 곳곳에 퍼졌다.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하며 최종 방문국으로 그리스를 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런 장면을 봤는지 궁금하다. 그리스 의회가 1100억 유로(약 161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킨 지 6일로 꼭 1년이 됐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과다한 공공연금만 20% 정도 줄였을 뿐 공기업 통폐합 같은 중요한 구조개혁은 공공부문 근로자들과 노조의 저항에 밀려 손도 대지 못했다.

박 전 대표는 “그리스가 해운강국이므로 우리 조선사업과 협력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가능할지 의문이다. 1년 전 124.9%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지금 143%까지 치솟아 채무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된다. “정말 슬픈 일은 의회 다수당인 정부가 꼭 필요한 개혁을 밀어붙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걱정했을 정도다.

6월 5일 총선을 앞둔 포르투갈 역시 지난달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정부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공공부채를 줄이려면 방만한 공공분야부터 효율화해야 하는데 사회당 정부는 국민에게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포르투갈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가 산업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도 알고 왔는지 모르겠다.

이번 박 전 대표의 특사 방문국 중 두 나라가 유럽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세 나라에 속해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분수에 넘치는 복지제도로 공공부채를 키우고도 리더십 부재, 정치권의 갈등, 과도한 규제와 공공분야의 이기주의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귀국 후 특사활동 보고를 겸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두 나라 형편에 대해 두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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