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별 특색 없는 개각과 ‘중립’ 여당 원내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실무형으로 짜인 이번 개각은 이 대통령이 역풍을 의식한 듯, 책잡히지 않고 덜 흔들릴 수 있는 인사에 주안을 둔 느낌을 준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함부로 휘둘러 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을 기용해도 문제지만, 온갖 트집 때문에 가장 유능한 사람을 고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차제에 대통령이 하는 인사는 무조건 흠집 내고 흔드는 세력의 행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인사 발 걸기’는 국정이 잘되고 민생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정의 성공이나 국민의 행복과는 거리가 먼 ‘내 못 먹는 감 찌르기’요, 국정 발목잡기인 경우가 많다.

기획재정부 장관 인선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개각 발표 한 시간 전에 인사 소식을 전했을 정도로 난산이었다. 박재완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높다고 하지만 사실상의 경제사령탑 인물난이 심했음을 보여준다. 박 내정자 앞에 놓인 경제과제는 산더미처럼 많고 난마처럼 얽혀 있다. 국내외 요인이 겹친 고(高)물가에다 경기 회복에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경기 양극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도 심하다. 박 내정자는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다걸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물가 관리에 나서는 등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서민의 삶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내정자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마무리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책무가 있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인식변화를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면 국민이 피곤해진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농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정책에 주력하고,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류우익 전 주중대사로 교체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지만 유임됐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이 새 원내대표로 중립 성향의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을 선출한 것은 ‘반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로 국민을 의식해 계파정치를 완화하는 쇄신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기왕 변화를 선택했다면 실제 국정과 의회정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나 마냥 주눅이 들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세력한테까지 휘둘려서는 그야말로 희망이 없는 정당이 되고 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