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12일 전기차단기 고장으로 멈춰선 고리 원전 1호기를 정밀 점검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어제 재가동을 승인했다. 정부는 국내 원전 21기에 향후 1조 원을 투입해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제성 면에서 원전 이외에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기존의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고(高)유가와 온실가스 규제로 인해 ‘원자력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세계가 들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차분하게 원자력의 안전성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에는 해안 방벽을 높이고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멈추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원전 용지가 완전히 침수되는 상황에 대비해 모든 원전의 비상 디젤발전기에 방수문과 방수형 배수펌프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원전의 경제성이 아무리 높아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원전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부는 리스크 관리를 원전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원전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라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설계수명(30년)을 넘겨 연장 운영되는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문제 삼으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 수명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원전을 닫으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리 1호기와 같은 원자로 모델의 설계 수명은 미국에선 40년이다. 미국은 설계 수명이 끝난 뒤 대개 20년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원전 도입 당시 일본의 원자력법을 베끼다 보니 정확한 평가 없이 설계 수명을 30년으로 설정했다. 지금은 설계 수명을 넘겨 운영해도 아무 탈이 없다는 사실이 선진국들의 원전 운영 경험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개선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원전 수조(水槽)에 임시 저장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경우 저장수조에 있던 사용후핵연료 노출로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중저준위 폐기물의 경우 오랜 논란을 거쳐 힘들게 경주에 처분장이 들어서게 됐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 마련에도 사회적 공론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