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작전 암호 제로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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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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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체로키 땅 전부를 가져갔네. 우리를 이 보호구역에 처박아 두고…우리의 언어를 빼앗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네….” 미국 팝송 ‘인디언 보호구역’에 나오는 가사다. 체로키어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게는 대단히 쓸모가 있었다. 미군은 체로키족을 동원해 체로키어로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때 동원된 인디언을 ‘코드 토커(code talker)’라고 한다. 독일군은 체로키어를 아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면서 인디언 언어를 배워오도록 인류학자 30여 명을 미국에 보냈다.

▷인디언이 코드 토커로 동원된 다른 사례는 2차 세계대전 때 나바호족이다. 나바호족의 언어는 매우 복잡해 배우기가 어려웠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나바호어를 구사하는 비(非)나바호족은 30명도 채 되지 않았고 특히 일본인 중에는 없었다. 미군은 나바호족을 일본과의 태평양전쟁에 동원했다. 일본에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준 이오지마 전투에서 6명의 나바호족 코드 토커가 약 800개의 메시지를 착오 없이 주고받아 미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코드 토커는 적군에게 체포될 위험에 놓이게 되면 암호 노출을 막기 위해 미군이 사살할 수 있었다.

▷최근 9·11테러의 배후조종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의 암호로 ‘제로니모’가 사용됐다. 제로니모(1829∼1909)는 미군과 멕시코군을 공포로 몰아넣은 전설적인 아파치족 전사다. 제로니모가 빈라덴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지자 인디언 사회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제로니모의 증손자 할린 제로니모는 “모든 정부기록에서 작전 암호 제로니모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할리우드 영화는 악인을 필요로 한다. 그 악인이 오늘날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이고 냉전 종식 전에는 소련 스파이였으며 초창기 서부 영화에서는 인디언이었다. 하지만 빈라덴과 제로니모는 다르다. 제로니모에 대해서는 미국인도 외경(畏敬)의 양가(兩價) 감정을 지니고 있다. 미군 공수부대원은 낙하훈련을 할 때 ‘제로니모’를 외치는 전통이 있었다. 그만큼 제로니모는 용감함의 상징이다. 미군 501공수대대와 509연대 1대대는 제로니모를 부대의 별명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앞으로 세월이 흐르더라도 미군이 부대의 별명으로 빈라덴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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