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가 3월에 4.7%, 4월에 4.2% 상승한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어린이날 대목을 앞둔 3일 과자값이 무더기로 올랐다. 6월까지의 상반기에 수십 종의 식품값이 평균 9%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철강값이 올라 차량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억제하겠다고 약속했던 공공요금도 인상되기 시작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이달부터 평균 4.8% 올랐다. 전기요금은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는 7월 이후 인상된 고지서가 배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상수도 요금, 부산 대구 대전 등은 시내버스나 도시철도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내건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 3%는 아무래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국제유가가 소폭 내렸지만 국제원자재 값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은행은 당초 물가상승률 전망치 3.5%를 3.9%로 수정했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4.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치를 3.4%에서 4.5%로 상향조정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등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 물가 목표부터 현실화하고 제대로 된 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의 두더지 때리기 식 물가 단속은 성과가 거의 없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유업계를 압박해 끌어낸 잠깐의 ‘소폭 할인’은 투입한 행정력이 아까울 정도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물가가 확실히 안정될 때까지 공정위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를 물가의 수호천사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공정위가 몇 품목의 가격을 놓고 기업과 다투느라 본연의 불공정거래 감시를 소홀히 하면 경제와 시장의 건전성만 악화될 것이다. 과도한 물가 개입 자체가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결국 국민에게 나쁜 결과로 돌아가기 쉽다.
새 경제팀은 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저급(低級) 정책은 버려야 한다. 기업 압박은 가격 인상을 몇 달 연기시킬 뿐이며 변칙과 편법을 부추긴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에 뒷전에서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대기업도 나올 것이다. 새 경제팀은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책 쇼’를 그만두기 바란다. 물가 인상 요인 중 정부와 업계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과 소비자가 감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정부는 작은 충격에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중장기 정책 개발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