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연수]이명박 정부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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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신연수 산업부장
신연수 산업부장
긴 해변을 따라 해수욕장이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두 개 들어선다. 가게들은 해수욕장 어디쯤 위치하게 될까? 답은 ‘둘 다 가운데 있게 된다’이다.

왜 그럴까? 처음에 하나는 왼쪽, 다른 하나는 오른쪽에 들어설 것이다. 그러다 왼쪽 가게 주인이 “왼쪽 손님은 다 오니까 오른쪽으로 더 가서 오른쪽 손님까지 받아야겠다”며 점점 오른쪽으로 간다. 오른쪽 가게는 그 반대다. 결국 두 가게는 한가운데서 만난다.

게임이론에 나오는 한 사례다. 현대의 정당들이 진보당이든 보수당이든 점점 중도로 모인다는 비유로도 쓰인다.

중도로의 수렴은 시대적 대세

정부 여당의 정책 행보가 ‘갈지자(之)’를 그리고 있다. 집권 초반에는 감세와 고환율 등을 통해 강력한 성장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친(親)서민을 외치며 살짝 몸을 틀더니 올해 들어서는 대기업더러 “적자를 내더라도 성의를 보여라”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기업들에서 ‘좌파 정권보다 더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니까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기업 때리기는 아니다’라고 달랬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자유무역협정(FTA)의 강한 지지자였으나 최근 한-유럽연합(EU) 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야권연대를 핑계로 비준을 막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면서 “더 면밀한 검토와 대책 마련을 위한 시간을 달라는 것이지 FTA를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비난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실용주의’나 ‘선진화’라는 이념 아닌 이념을 내걸었던 정권이고, 손 대표 역시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철새 같은 정치인이니 그렇지 하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넓게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전환기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여도 야도 변하긴 변해야 하는데 어디로 얼마만큼 어떻게 변해야 할지 정책 방향을 뚜렷이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살림살이를 살찌우는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성장을 통한 분배, 또는 분배를 통한 성장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성장을 통해 분배가 이뤄진 대표적인 나라다. 수출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온 돈을 국내에 뿌리면 차례로 그 혜택을 보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을 통해 온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이런 효과가 점점 줄어들더니 급기야 10년 만의 우파 정부에서 바닥에 도달한 듯하다. 현 정부가 초기 친기업 정책에서 돌아선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공정사회, 동반성장 등의 용어를 써가며 ‘시장의 실패’를 정부의 힘으로 보완하려 애쓰고 있다.

성장을 촉진하거나 분배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좌든 우든 가릴 때가 아닌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 체결을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것이나,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을 외치며 분배를 늘리려는 것 모두 절실한 선택인 셈이다.

양극화 해법 폭넓게 찾아야

이제 ‘양극화’ ‘부익부빈익빈’이라는 문제점은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선 큰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고, 구체적 방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복지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지는데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국민이 낸 세금이 알뜰하게 쓰일 것이라는 믿음을 어떻게 확보할 건가. 총량만 늘어나고 구멍이 숭숭 뚫린 행정시스템을 어떻게 촘촘히 만들 것인가. 시장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앞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좌파 우파 같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벗어나 좀 더 새롭고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는 당이 승리할 것이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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