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김성환]한중일 정상회담, 동북아 미래 향한 새 이정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번 주말에 일본에서 제4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참사로 우려 섞인 예측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 회의가 예정대로 개최됨으로써 3국 정상회의는 명실상부한 3국 간 최고위 정례협의체로 자리 잡게 됐다.

한일중 협력은 21세기 아시아의 세기를 맞아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교역량의 6분의 1,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한일중 3국이 역사 문제 등 뿌리 깊은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1999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석한 3국 정상이 조찬회동을 하면서 태동했다.

2008년부터는 우리 측 제안으로 아세안 정상회의의 틀에서 탈피해 3국에서 별도의 연례 정상회의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는 3국 간의 협력이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공동의 인식 아래 3국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함이었다.

현재 3국 정부 간에는 장관급 협의체 17개를 포함해 모두 50여 개의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고 협력사업도 민관을 포함해 100개 이상 진행되고 있다. 1999년과 비교할 때 3국 간 인적교류는 658만 명에서 1655만 명으로 2.5배, 교역액은 1294억 달러에서 5884억 달러로 4.5배 증가했다. 경제 통상 문화 분야에서 안보, 재난관리, 대테러 등 협력의 지평을 끊임없이 확대해 나가고 있다.

3국은 아직도 과거 역사의 굴곡에서 비롯된 불신과 경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21세기의 국제관계 속에서는 어느 국가도 경쟁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힘의 분포가 분산된 현재의 국제질서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가급적 많은 협력적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작년 5월 제주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향후 10년간 3국 협력 청사진인 ‘3국 협력 비전 2020’에 따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나아가 일본이 최근 겪은 미증유의 재난에 따른 3국 간 협력 방안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을 계기로 3국 중 한 국가의 재앙은 3국 공동의 재앙이 될 수 있으므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공동운명체로서 상호공존의 네트워크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재난관리와 원자력안전 분야에서 평시 협조체제와 긴급 상황 시 신속한 대응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3국 정상은 회의에 앞서 재해지역을 함께 방문해 일본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고 재난 극복에 적극 협력해 나가는 의지도 천명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은 본격적인 제도화의 단계로 진입한다. 작년 5월 제주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사무국을 금년 중 우리나라에 설립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에 사무국 설립 협정을 체결했고 3국 모두 국내 절차를 마쳐 금주에 발효됐다. 사무국이 출범하면 3국 협력은 그간 느슨한 국가 간 협력체제를 탈피해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산관학 공동연구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대학 간 상호 학점 인정과 공동 학위과정 개설을 가능케 하는 ‘캠퍼스 아시아’ 사업도 올해 출범한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3국 정상 간 기탄없는 소통과 공조체제도 강화될 것이다.

이제 3국 협력은 태동기를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 미증유의 재난을 배경으로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의가 ‘3국 협력 비전 2020’을 향해 큰 걸음으로 전진하는 3국 협력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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