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의 공금 유용 비리가 터졌을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동모금회로 성금이 집중되면서 ‘권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던 때라 어느 정도 공감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종로구 계동 복지부 청사로 공동모금회 직원 2명이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한적십자사와 사회복지협의회도 각각 2명의 직원을 파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민간기관의 인력을 동원한 것이다. ‘공무원이 예전 같지 않다더니….’ 쓴웃음이 나왔다.
직원 파견 이유는 경제계 시민사회계 종교계 등 150개 단체가 나눔 운동 동참을 선언하는 나눔범국민운동 출범식 행사 준비를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행사는 다음 달 8일 열린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민간 주도로 나눔범국민운동을 펼쳐가야 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이들 기관에서 실무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정부가 민간 인력을 사실상 강제 동원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나눔대축제’를 열 당시에도 같은 비판을 받았다. 행사비용 6억7000만 원을 공동모금회로부터 지원받은 것.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이벤트 업체로 흘러 들어갔다.
이번에 복지부로 출근하고 있는 직원 2명의 월급도 국민 성금으로 운영되는 공동모금회에서 나간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나눔’이 강조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나눔문화 확산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을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업무 보고에 담겼다. 나눔 문화가 확산되면 사회적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취지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복지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민간 자원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모금기관 관계자는 기자에게 “장기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할 정부가 일회성 행사에만 치중하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민간에 떠넘긴 채 민간에서 할 일을 정부가 하고 있는 셈”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나눔 문화 확산은 민간 모금기관에 맡겨두는 것이 옳다. 그래야 나눔을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의 마음도 열릴 것이다. 단, 공동모금회가 깨끗하게 운영된다면, 기부한 돈이 원래 목적대로 쓰인다면, 그 돈이 정부 사업에 전용되거나 편법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