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명자]기후변화 대응, 말보다 행동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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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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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사건마다 음모론이 기세를 부리는 듯하다. 세계적 정치인의 스캔들에도 곧바로 음모론이 따라 나온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1990년대부터 음모론이 등장했고 뜬금없이 되살아나곤 했다. 그러나 지구촌의 기후변화 충격은 에너지, 식량, 수자원의 교란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이제 음모론은 유효한 것 같지 않다. 기후변화의 ‘불편한 진실’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일파만파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적응역량 OECD 최하위권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위협은 더욱 심각하다. 기온과 해수면의 상승이 지구 평균치의 2배다. 열악한 생태 용량을 무릅쓰고 고속으로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룬 반대급부다.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조사에 따르면 2100년까지 평균 기온이 4도 높아지는 시나리오에서 우리가 입게 될 피해의 누적치는 2800조 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저탄소 에너지 자립, 기후변화 적응 역량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변수투성이인 기후변화 이슈에서 100년 뒤를 예측하는 모델링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이대로 간다면 파국적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우리의 ‘불편한 진실’은 부정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이제 구호에서 벗어나 행동과 실천으로 옮겨가야 한다.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책과 기술, 참여이고 핵심은 에너지정책이다. 우리 에너지정책의 아킬레스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 낮은 에너지 효율, 조정되지 못하는 에너지 요금체계의 왜곡 등이다.

정부의 에너지 효율 높이기와 절감 대책은 대를 이어가며 강조됐다. 그런데 성과는 무엇이었나. 단적으로 우리의 에너지 효율은 OECD 평균치의 56%다. 에너지 저효율 구조가 고착된 이유는 뭘까. 단기 수급 안정에 치우쳐 장기적 차원의 정책과 전략이 미흡했다. 재생에너지가 거의 불모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970년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구조가 구축된 것도 부담이다. 에너지 요금체계의 왜곡도 에너지 저효율에 한몫을 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섹터별 대응에서 가장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 전력 부문이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비싸게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낭비하면서 가격 왜곡을 초래하는 현실은 OECD 국가와의 비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에너지 이용의 비효율에 따른 부담은 누가 떠안나. 결국 국민 세금 몫이다. 원자력 덕분에 1982년 이후 25년간 물가는 220%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1% 상승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갈 수 있을까.

에너지 왜곡구조 효율화 나서야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 틀에서 에너지원 단위(단위 GDP당 에너지 소모량)를 0.341에서 0.185까지 떨어뜨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과거 실적을 보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특단의 수단이나 차별성이 별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녹색 에너지산업에 대한 활성화 기반이 미흡하고, 연구개발(R&D) 재원도 선진국과 10∼30배 차가 난다. R&D 성과와 시장 연계가 취약해 기술 검증과 보급까지 연계되지 못했다. 돈을 주고도 에너지를 필요에 따라 사기 어려운 에너지 안보 위협이 가시화한다면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

근본적으로 에너지정책이 산업 진흥과 통합돼 있는 구도를 그대로 끌고 가는 한 기존 정책 프레임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묻게 된다. 크고 작은 에너지정책의 추진에서 민간 부문과 국민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에너지 리더십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국정을 통합하는 차원의 에너지 리더십 창출 여부가 에너지 효율화와 기후변화 대응의 관건이 될 것이다.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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