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이버 전사(戰士) 3만 명을 양성하고 있다고 미국 폭스뉴스 방송이 보도했다. 북한의 사이버전 역량은 미 중앙정보국(CIA)에 필적할 정도이며, 미 태평양사령부를 마비시키고 미 국방 전산망을 광범위하게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다. 북한은 수년 전 김정일이 “현대전은 전자전”이라고 강조한 이후 사이버전 능력 향상을 군(軍)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군 총참모부 소속 국방과학원과 지휘자동화대학에서 사이버 전문 인력을 매년 100여 명씩 배출했다. 3만 명이나 되는 대규모 사이버 부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지난해 초 발족한 우리 군의 사이버사령부는 겨우 500명 정도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화학무기, 특수부대 20만 명에 이은 새로운 비대칭 군사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사이버 전사들을 양성해 적화통일의 전위대로 쓰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군사적 목적의 전산망뿐만 아니라 국가 주요 기간전산망도 깨부수겠다는 것이 저들의 목표다. 기간전산망 공격으로 사회혼란을 조성해도 군의 작전수행 능력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기에 사이버 공격에는 민군(民軍)의 구별이 없다. 미국 등 많은 나라들도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행정과 교통 금융 재해 등 비(非)군사적 위협에도 대응하기 위해 군 사이버사령부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의 국가적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2003년 1월 ‘슬래머 웜바이러스’에 의한 서울 도심 인터넷 마비를 시작으로, 수십 개 국가 공공기관 전산망이 피해를 당했다. 지난달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는 대남(對南)테러와 해외공작을 전담하는 북한군 정찰총국이 원격조종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미국은 400조 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인 차세대 전투기 F-35의 설계도와 전자시스템을 해킹당한 적도 있다.
사이버 테러에는 국경이 없고 새로운 공격 유형이 계속 나타난다. 사이버 공간은 간첩교신 수단이나 심리전에도 사용된다. 국방부는 현재 정보본부 소속인 사이버사령부를 국방부 직할부대로 승격하고 전문인력을 2000∼4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북한의 사이버 전사 3만 명에 대처하자면 훨씬 과감한 대책과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