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쿄에서 네 번째로 열린 한국 중국 일본 3국 정상회의는 시기적으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이고 북한 김정일의 방중(訪中) 기간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이를 의식한 듯 3국 정상은 원자력 안전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정상선언문에 담았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특히 중국의 실질적 협조가 관건(關鍵)이다.
3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서는 정상선언문에 ‘우려가 표명됐다’라고 주어 없이 수동형으로 표현됐다. 올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미중이 우려한다’라고 능동형으로 표현한 데 비해 후퇴한 것이다. 중국의 주장이 반영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진의(眞意)가 의심스럽다. 중국이 겉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도 뒤로는 계속 북한을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북의 핵 포기를 끌어내기 어렵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별도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보유에 반대한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대화와 접촉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원 총리는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 “중국의 발전상을 이해하고 활용할 기회를 주기 위해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김정일에게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해야 한다. 김정일은 작년 5월 방중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첨단 전폭기 30대 등 최신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북의 군사협력 요청은 단호히 뿌리쳐야 할 것이다.
3국 정상이 원자력발전소 비상시에 조기통보 체제를 구축하고, 사고 시 정보 공유와 전문가 간 협의를 강화키로 합의한 것은 이번 회의의 소득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 과정에서 데이터를 숨기고 방사능 오염물질을 바다에 무단 투기해 한중의 우려를 샀다. 원전 안전 문제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13기의 원전은 동남 해안지대에 집중돼 있다. 건설 중인 원전도 27기나 된다.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터지면 바람의 방향 때문에 한국과 일본에도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 3국 정상의 합의를 실천하는 협조 체제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