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동환]中 희토류 수출억제, 경제체질 변화에 목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김동환 전 남호주대 교수 ‘희토류 자원전쟁’ 저자
김동환 전 남호주대 교수 ‘희토류 자원전쟁’ 저자
최근 영유아 교구사업 1위 업체 대표가 희토류 가격 상승으로 수출 좌절의 기로에 놓였다고 밝혔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억제정책으로 제품에 꼭 필요한 자석의 원료인 네오디뮴 가격이 2년 사이 무려 14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인상폭 때문에 기술력으로 리스크를 극복하려던 계획도 한계에 부닥쳤다며 안정적인 희토류 확보 외에는 사업을 회생시킬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이처럼 희토류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희토류에 관한 한 ‘자원전쟁’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희토류가 쓰이는 영구자석을 비롯한 부품소재에 이어 완제품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중국이 세륨(Ce) 산화물의 수출량을 17.69t으로 줄이자 평균 가격이 kg당 62달러로 치솟았다. 1년 전보다 수출량이 92% 줄어들자 가격은 1197% 급등했다. 테르븀(Tb), 디스프로슘(Dy) 등 다른 인기 희토류 산화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억제정책의 목적이 ‘거래가격 인상을 통한 이윤 추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표면적인 움직임만 보고 내린 성급한 판단으로 그 이면에 숨겨진 중국의 실제 의도를 간과한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희토류 가격 급등은 미국 호주 캐나다 베트남을 비롯한 세계 희토류 광산회사가 잔치 분위기에서 희토류 개발과 생산을 위해 전례 없이 전력투구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호주 라이너스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말레이시아 파항(Pahang)에 건설 중인 정제 플랜트에서 희토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밖에서 희토류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2, 3년 후 중국의 독점 횡포가 일시적으로나마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이런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고작 2, 3년간 희토류 판매 수익으로 재미를 보려고 세계로부터 비난까지 감수하며 수출 쿼터를 축소했을 리는 만무하다.

또 희토류 가격 상승을 위해서라면 수출 억제정책 말고 훨씬 쉽고도 국제적으로 욕은 적게 먹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많다. 자국 내 불법 광산만 단속해도 국제거래가격 정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규모의 독점 생산을 하고 있고, 희토류 수입국들이 감지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점진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희토류 수입국들의 강력한 반발과 무역 마찰까지 감수하며 자원민족주의적 희토류 정책을 드러내 놓고 강행할 필요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희토류 수출 억제정책에는 국제적인 반발마저 기꺼이 감수할 만한 다른 목적이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생산량을 자국에 집중시켜 기술 개발력 향상 및 희토류를 원자재로 한 그린에너지산업 활성화 계획, 즉 ‘중국 경제체질 변모’를 목적에 둔 원대하고 치밀한 장기 계획에 따른 필수 조치였다. 희토류의 가격 상승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차적인 현상이다.

희토류 가격 추이보다 더 염려해야 할 문제는 차후 중국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고자 저임금과 환경에 대한 규제정책을 펴고 과잉 투자돼 있는 기존 설비를 이용해 희토류의 생산량과 수출 쿼터를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면 희토류 개발과 생산에 열중하던 다른 국가와 기업들은 희토류 생산을 다시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희토류 대체물질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중국이 실질적인 희토류 시장의 지배자로서 군림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수입처의 다변화와 같은 단기적인 접근은 희토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더 늦어지기 전에 중국의 근본적인 의도를 염두에 두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외 희토류 광산 개발이나 인수 등의 대처 방안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김동환 전 남호주대 교수 ‘희토류 자원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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