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22일 "당 쇄신의 핵심은 등록금 문제"라고 화두를 꺼냈습니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대학 등록금을 줄일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지요.
하지만 대학에서 등록금을 절반만 받는다는 게 아니고 정부가 등록금 절반을 내는 것이라고 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부모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절반을 대주려면 최소한 4조9000억원에서 7조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소득 중하위 계층에만 등록금 절반을 대주려고 해도 2조원이 필요하죠.
즉 지금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앞으로 세금을 더 내서 이웃집 대학생, 그러니까 그 학생 집이 잘살든 못살든, 그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든 안하든, 또 졸업해서 취직을 할만한 역량을 기르든 못 기르든 대학공부를 시켜줘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만약 세금을 더 내지 않는다면 다른 예산항목, 예를 들면 국방예산이나 사회복지 예산을 깎아서 마련할 수밖에 없겠지요. '반값 등록금'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서민층과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니까 많이 할수록 좋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무조건 대학은 가고보자'는 풍조가 더 커질 게 분명합니다. 자칫하면 공부 안하고 못하는 대학생이 늘고, 제대로 못 가르치는 대학이나 교수만 살판날 수가 있는 것이지요. '대졸 백수'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에게 헷갈리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 안 가도 고교 졸업생들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겠다'며 현 정부가 출범시킨 마이스터 고교를 기억하십니까. 작년 3월 청와대에선 "대통령은 84%나 되는 대학입학률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취업과 구직 수요 간에 심각한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고, 사교육 및 사회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국민은 어떤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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