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한민구]황금 같은 시간 낭비하는 대학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한민구 객원논설위원·서울대교수·전기컴퓨터공학
한민구 객원논설위원·서울대교수·전기컴퓨터공학
신록의 계절 5월은 캠퍼스가 가장 아름다울 때다. 젊음과 활력이 충만하고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많은 대학에서 ‘대동제’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축제가 열린다.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1970∼1980년대 학생들이 단합해 민주화를 촉진하자는 의미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제기간은 자율학습 기간이라고 해서 강의도 진행되지 않고 일부 대학에선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유명 연예인을 초청한다. 다른 나라 대학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는 세계화 시대에, 축제를 즐기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성숙한 자세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들은 신입생환영회, MT, 졸업여행 등 선진국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합 모임이 많다. 대학생활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신입생환영회를 한다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오리엔테이션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신입생환영회 및 MT에서 과도한 음주, 선배의 후배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 폭력이 물의를 빚는다. 선후배 간의 유대, 학과 동료들과의 친목도 중요하지만 이런 행사들이 대학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더라도 대학에서의 지원은 결국은 학생 등록금에서 충당되며 추가적 비용은 학생이 부담하게 된다.

학기 중에 수업을 하지 않고 며칠씩 졸업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다. 해외로 가는 졸업여행도 있다. 호텔 사은회도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대학들의 등록금, 특히 사립대의 등록금은 경제 여건에 비해 매우 높아 부모의 부담이 크다. 기숙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학생들의 주거비용 및 생활 여건도 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돈을 그런 데 써야 하는가.

대학 4년 졸업 50% 안 된다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장기 저이율 대출 및 장학금이 가능하고 기숙사생활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적다. 학기 중에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가 가능할뿐더러 여름방학에는 부유한 학생들도 ‘여름 일자리(summer job)’를 통해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는다. 우리 학생들은 일자리도 없지만 형편이 안 되는데도 부모를 졸라 해외연수를 나간다. 봉사활동을 보더라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해외봉사가 적지 않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 대학생들의 ‘농활(농촌활동)’ ‘공활(공장활동)’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겠지만 경제사회 여건이 많이 발전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생들은 전공과 관련되는 경험을 축적하고 부모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봉사도 중요하나 봉사활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타당한 것이냐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50%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수, 휴학, 해외연수 등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남학생의 경우 사회진출 연령이 29∼30세나 되고 여학생도 26∼27세가 대부분이다. 소위 스펙을 맞추느라고 전공과는 거리가 먼 사회체험 및 해외연수로 부담이 가중되고 사회진출이 지연되고 있다. 취업재수 및 고시 등에 몇 년씩 매달리는 것은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만 22∼23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30세 즈음이면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고 직장에서도 다양한 경력을 쌓아 유능한 전문가로 자리 잡는다. 가장 창의적인 20대의 소중한 시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전공지식과 실무능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스펙 어학점수 면접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전공 및 실무를 등한시하는 것 같다. 4학년 2학기에는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 준비로 전공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진국 기업들은 다양한 평가 방식으로 학생들의 잠재력 및 전공능력을 평가해 채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한다.

기업은 스펙보다 전공능력 봐야

대학은 학생이 2, 3시간씩 길거리에서 버리는 통학시간을 줄여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고 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숙사를 확충해야 한다. 기숙사가 없이 명문 대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교수는 엄정한 학사관리를 통해 학생이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공급해야 한다. 기업은 스펙보다는 전공 능력을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것이 좋다. 정부는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방학 중 일자리나 인턴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긴 겨울방학을 줄이고 선진국처럼 여름방학을 늘리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경제적 정신적인 독립을 목표로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한민구 객원논설위원·서울대교수·전기컴퓨터공학 mk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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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1-05-30 23:43:21

    중일전쟁 이후"김0수"는 친일협력의 길. 1939년 9월 서울시의 라디오 강연에 출연하여 일제의 전시동원을 호소, 1938년 6월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의 발기인 및 이사로 참석, 1939년 7월에는 이른바 황국신민화를 도모 1940년 결성된 국민총력조선연맹의이사로 참여, 1941년 8월 일제의 전쟁동원에 협력하는 흥아보국단의 결성에 준비위원 참여, 10월 임전보국단의 감사로 활동. 1943년 8월부터 학병제, 징병제를 찬양하는 글을 쓰고 연설. 11월 6일자에 [대의에 죽을 때 황민됨의 책무는 크다]라는 논설. 이 밖에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라는 글과 담화를 발표. 허위보도하고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박0창과 동아일보는 반성하고 사죄하라

  • 2011-05-28 00:38:14

    동아일보는 90년 전통이 있는 언론사지요? 그 전통뒤에는 피나는 노력으로기자분들과 동아가족들이 세웠을거라 생각됩니다. 동아라면 정의를 위해 언론이 먼저 진실의 편이 되었던 곳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전통은 이젠거짓으로 물들어 버린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을 우롱하는 거짓 짜깁기 기사/ 더 이상의 선진들이 힘들게 쌓아온 진실의 언론사를 더럽히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의 눈이 무섭지는 않은가요. 신뢰를 잃으면 언론사는 뭐가 남을까요. 진실은 언론사의 생명입니다. 진실이 없다면 언론사의 생명도 없습니다

  • 2011-05-27 22:54:07

    동아일보 직원 및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저는 박희창기자에 잘못된 보도로 인해 요즘 많이 울고있고 공부도 하고있는 h교회 성도입니다. 저희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정정기사를 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박기자가 5월21일자에언급한 h교회에 관한 내용은 이미 2006년 대법원을 통해 사실무근이며 이는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판결을 받은적도 있고 박기자가 인터뷰한 탁@@은 저희교회를 고의로 명예를 훼손시켜 목적을 채워나가는 인물 입니다. 그래서이미 사법부 에서도 아동모욕죄로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자신에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닌 추악한 인물이지요 사실확인을 부탁합니다. 150만명에 식구들이 날마다 울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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