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간호학과 4학년생 K 씨는 지난해 여름방학과 2학기에 실습을 하러 서울을 찾았다. K 씨가 다니는 학교엔 부속병원이 없고, 학교 인근에서 실습할 만한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6∼8주씩 고시원에 머물렀다. 매번 방값만 50만 원 넘게 썼다.
K 씨처럼 실습할 병원을 찾지 못해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간호학과생이 늘고 있다. 간호학과 입학생들은 늘고 있지만 그들이 실습할 대형 병원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2007년부터 간호학과 정원이 빠르게 늘면서 비롯됐다. 중소병원에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는 간호학과 개설을 독려했다. 간호학과는 의학계열이 아닌 자연계열로 분류돼 별다른 시설을 늘리지 않고도 쉽게 개설할 수 있다. 올해만 10개 지방대학이 간호학과를 신설했고 70여 곳이 정원을 늘렸다. 2007년 1만1176명이던 전체 정원은 2011년 1만5338명까지 늘어났다.
간호학과를 신설한 대학들은 대부분 부속병원이 없어 실습생들을 받아줄 병원과 개별적으로 협약을 맺어야 한다. 전국 182개 간호학과 중 부속병원이 있는 곳은 69곳뿐. 지방일수록 실습 병원 구하기가 어려워 서울 소재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실습이 가능한 병원으로 여러 지방 학생이 몰리다 보니 간호사 1명당 실습생이 2명 이상 배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대일 교육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것. 또 담당 교수는 주로 지방에 남아 있다 보니 즉각적인 지도를 하기도 어렵다. 부실 실습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간호평가원은 301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실습하도록 권고하지만 100병상 이하의 전문 병원에서 실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필요한 진료 과목을 찾아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녀야 한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다른 학교 학생이 실수를 하면 다음부터 해당 학교 학생은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설움 역시 지방 간호학과생들이 주로 겪는다.
부실한 실습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양산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현장 간호인력 부족을 이유로 지방 간호학과 증설을 유도한 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이와 관련해 간호인들은 정부의 문제 인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중소병원에 간호사가 없는 것은 간호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중소병원의 근무 여건과 처우가 대형 병원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간호인력 양산에만 급급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지금의 인력 수급 구조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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