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정상회담 南南갈등 획책’ 이후도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북한이 어제 남북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남한과 접촉한 사실과 추진 상황을 공개하고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공개한 내용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사실까지 왜곡해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분석하되 선전 공세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일차적 대응이 돼야 한다.

북한은 지난주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대남(對南)공세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30일에는 남한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며 동해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지구 통신연락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어제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한 직후 조선신보를 통해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평양의 최후통첩’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에 힘을 얻어 남한 압박에 나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 측 일부 예비군 부대와 해병대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사진을 사격훈련 표적지로 사용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북한이 여기에 반발해 남북 비밀접촉을 공개했을 수도 있다.

북한 공세를 압박용 선전선동으로 판단하더라도 북한 국방위원회의 발표에는 반드시 규명해야 할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다가 ‘유감’으로 수위를 낮추며 매달렸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표에게 돈 봉투를 내놓았다는 주장도 했다. 정부는 그런 일은 없었으며 북한에 대해 시종일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도 북한의 도발 문제가 해결된 뒤 남북한 고위급 회담을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이 그렇다면 정부는 좀 더 명쾌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남북 비밀접촉이 드러났는데도 몸을 사리면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로 인해 남남 갈등이 빚어지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면 누가 좋아할 것인가. 민주당도 북한이 남북 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을 비판하면서도 우리 정부에 대해 “겉으로는 대북 강경대책을 고수하면서 뒤로는 정상회담을 애걸하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정상회담 공세’는 일회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는 2009년 싱가포르 접촉을 포함해 여러 차례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비밀접촉이 있었다. 북한이 2차, 3차 ‘공개 공세’를 펼 수도 있다. 선전 공세가 먹혀들지 않으면 북한이 또다시 무력도발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의 다단계 획책에 대응하는 철저한 태세를 갖추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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