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미국 의원이었더라도 카메라 빼앗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한나라당 국회의원 7명이 포함된 국민통합포럼 회원 20명이 지난달 하순 중국 쪽 백두산 인근에서 중국 당국에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빼앗기는 봉변을 당했다. 일행이 백두산 화산활동 관련 세미나를 끝내고 저녁식사를 할 때 공안(경찰) 등 중국 당국자 3명이 찾아와 디지털카메라 2대의 메모리카드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미나 관련 사진은 물론이고 개인 사진까지 삭제한 뒤 돌려줬다. 민주국가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강탈행위다.

중국 측은 영토 문제로 여겨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모르지만 한나라당 연구모임인 국민통합포럼 관계자는 “해외탐방 차 가진 세미나로, 한국 전문가로부터 백두산 화산활동에 관한 주제발표를 듣고 토론을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중국 경찰이 경위 설명도 안하고 한국 국회의원이 포함된 일행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미국 국회의원이었더라도 그렇게 대했을 것인가. 한중(韓中) 간 신뢰 관계가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이 됐다고 한국을 깔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백두산 화산 폭발의 위험성은 중국의 학자들도 몇 년 전부터 제기한 사안이다. 실제 화산이 폭발한다면 중국도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이므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관련 논의에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중국은 영토 문제와는 하등 관련 없는 백두산 화산활동 관련 세미나를 ‘불순한 행사’인 양 취급하는 용렬함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평소 한국에 대한 중국의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중국은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강탈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진행하면서 백두산 천지에서 한국인이 태극기나 플래카드를 꺼내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조차 단속한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의 답변을 들은 뒤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강력히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중국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