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태원]한국 외교정책의 연속성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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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기자라는 직업은 다양한 직업의 사람을 격의 없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3년 반 동안 미국 워싱턴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행정부 각료, 의회 지도자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또 지난 정부를 대표했던 외교안보 엘리트들과 한국의 안보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았다. 이제는 현직을 떠난 사람들이지만 한때 대한민국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사람들과의 대화는 종종 왜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이 일관성을 지키기보다는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지에 대한 난상토론으로 이어지곤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관계를 진두지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략가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이명박 정부의 탄생과 함께 직장을 잃고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은거 중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렸던 북핵 6자회담에 모두 참석했던 박선원 전 대통령안보전략비서관 역시 ‘자의 반 타의 반’ 3년 가까이 워싱턴 생활을 하고 있다.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역시 최근까지 랜드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으로 미국생활을 경험했다.

미국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 회자(膾炙)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카약이 아닌 전함과 같은 것이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이다.” 정권의 교체에도 연속성이 유지되고 민주 공화 양당의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져 온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이제는 민간인 신분으로 미국의 외교안보정책 형성 과정을 연구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정권교체가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로 이어지고 정책의 연속성도 흔들리는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왜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은 정권의 교체에 따라 출렁거릴까. 워싱턴에서 만난 한 인사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사이에 존재하는 북한을 바라보는 현격한 인식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한국에는 두 개의 전혀 상반된 대북정책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통일부 해체 논의를 미국에서 지켜봤던 또 다른 인사는 정무직 공무원과 직업공무원을 철저히 분리해서 정권교체에도 직업공무원의 업무연속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미국의 시스템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업공무원이었지만 노무현 정부의 대외정책 철학을 충실히 이행했던 윤병세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조명균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 고경빈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 등이 공무원직을 사실상 박탈당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성 김 국무부 대북특사의 경우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적극적인 대북 관여 정책을 진두지휘했지만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중용됐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는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차관보의 북핵협상 방식에 대한 배척 분위기가 강했지만 그의 오른팔 격인 김 특사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반도 문제와 북핵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하는 한편 미국의 대북정책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그를 중용한 것이다. 조지프 디트라니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NCPC) 소장 역시 정권교체와는 무관하게 20년 넘게 북한 관련 정보만 다뤄온 최고의 북한 정보통이다.

외교안보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전제는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하는 국가이익의 존재다. 국정운영의 철학이 다르다 해도 대외정책에서만큼은 하나의 조율된 목소리가 나와야 하고 국익을 위해 봉사한 공복(公僕)에게 정책 추진의 책임을 묻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북한을 다루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본다.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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