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해커부대에 대문 열어놓은 ‘사이버 영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세계 최대 인터넷검색 업체인 미국의 구글은 최근 미국과 한국 고위관리의 G메일이 해킹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에는 고성능컴퓨터 1300대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원을 받는 직업학교가 있다. 미 언론은 겉으로는 요리 자동차정비를 가르치는 이 학교가 중국의 해커 양성소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과 야후 메일도 중국 해커의 표적이 됐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보안망마저 해킹을 당했다.

최근의 해킹 공격은 금전적 목적이 아니라 신종 사이버테러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시스템에 침입해 데이터를 파괴하고 해당국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미국은 사이버 영토를 육·해·공·우주에 이은 ‘제5의 전장(戰場)’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중국 북한 등 해외로부터의 사이버테러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이달 초 세미나에서 “북한은 남한에 직접 침투하지 않고도 정보를 얻고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이버테러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사이버인프라가 발달돼 사이버테러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이버공격은 대량의 재래식 무기가 필요하지 않아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도 힘들지 않게 해낼 수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사이버정보전 능력을 키워 2002년부터 공격에 나섰다. 탈북자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은 컴퓨터 영재들을 평양의 금성 1, 2중학교에서 해커로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부대를 121국으로 승격시키고 병력을 3000명으로 늘렸다고 한다. 북한 총참모부 산하 정보통제센터가 사이버테러를 지휘하고 있고 미림대학은 전문적인 연구와 교육을 담당한다.

행정안전부가 금융 교통 석유 등 정보통신기반시설을 점검한 결과 발전소 등 일부만 제외하고 전체의 77%가 외주용역업체에 관리를 맡기고 있어 보안이 취약했다. 용역업체 직원의 노트북에 대해 기술적 보안검사를 하는 곳은 18%에 불과했다. 금융 교통 등 사회기반시설을 통제 관리하는 전산망이 사이버테러를 당하면 미사일 피격 이상의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북한과 중국 해커에 사이버 영토의 대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 전산망 사태가 국가 전 분야에서 일어난다면 국가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될 것이다. 사이버 영토 수호를 중요한 국가 안보 과제로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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