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는 종교 이용 말고, 종교는 정치와 거리 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慈乘) 스님은 어제 정부·여당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삭감을 계기로 조계종이 정부·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을 봉쇄하고 국고 지원 수령을 보류한 갈등이 6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풀렸다.

여권은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조계종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했을 것이다. 조계종으로서도 각 사찰의 문화재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불편이 컸다.

정부·여당과 조계종의 불편한 관계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이 직접적 계기가 되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쌓여온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불신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4월에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공인으로서는 부적절하게 무릎 꿇고 통성기도(通聲祈禱)하는 모습을 보여 비(非)신자와 타 종교인들의 불만을 샀다. 소망교회 출신이 집권 초부터 이례적으로 중용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눈총이 따갑다.

이 대통령이 과거와는 달리 불교계에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기는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전시회를 직접 찾았고 부인 김윤옥 여사는 뮤지컬 ‘원효’를 관람했다. 불교는 종교를 떠나 우리 전통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대통령은 불교계가 보다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계종도 승가(僧家)의 위엄을 지켜야 한다. 정부·여당과의 관계 정상화를 무슨 큰 선물을 주는 것처럼 생각하고 대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사찰 관련 규제 법령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정교분리(政敎分離)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려 해서도 안 되고, 종교가 정치권력을 만들기 위해 옷소매를 걷어붙이거나 정치권력에 기대어 특혜를 받으려 하는 것도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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