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003년 6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전대)를 ‘포스트 이회창’ 시대를 여는 계기로 삼았다. 실무진은 대선 패배로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 띄우기 위해 정당사상 초유로 수백만 명의 전 당원이 직접 투표에 참가하는 대형 이벤트를 구상했다. 당원명부를 조사한 결과 상당한 허수(虛數)가 드러나 선거인단 규모는 23만 명으로 줄었다. 이 숫자도 과거 1만 명 정도의 선거인단에 비교하면 매머드급이었다. 선거인단이 크게 늘어나면 조직 동원의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조직의 위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나라당은 7·4 전대의 선거인단 규모도 2003년과 비슷한 21만 명으로 정했다. 이번 ‘전대 룰’ 논란의 첫 승자는 박근혜 전 대표였다. 박 전 대표가 황우여 원내대표를 통해 현행 대권 당권 분리 방침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고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이 방안은 그대로 관철됐다. 대선후보 경선에 뛸 박 전 대표가 전대에 나오지 않는 대신 다른 대선주자들의 전대 출마도 무산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7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선 전대 룰을 놓고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격론 끝에 비대위의 제안과 달리 ‘1인2표제’와 여론조사 30% 반영안이 가결되자 조직 세(勢)에서 구주류에 밀리는 소장파 그룹은 “해볼 만한 승부”라고 반색했다. 대의원이 2표를 던지면 1표는 당협위원장의 ‘오더’가 반영되더라도 나머지 1표는 자유투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1인2표제를 하면 3무(無)선거(동원, 금권, 줄 세우기 없는 선거)를 이룰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대 룰만으로 승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당내 경선인 만큼 탄탄한 조직력은 큰 힘이 된다. 다양한 ‘짝짓기’ 시나리오가 난무하면서 출마 예상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양강(兩强)그룹을 형성한 4선의 김무성, 홍준표 의원과 함께 소장파 그룹에선 남경필 권영세 의원, 3선 그룹에선 박진 원희룡 의원의 출마설이 나돈다. 친박(親朴) 진영은 후보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특임장관 측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전대 룰을 둘러싼 방정식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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