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업체 구글은 지난해 1월 초 중국 당국의 구글 G메일 검열에 맞서 중국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나갈 테면 나가라고 맞섰다. 구글은 서버를 홍콩으로 옮기는 등의 방법으로 버티다 결국은 굴복하고 검열을 수용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여야 의원들까지 나서 지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양측이 G메일의 해킹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구글은 1일 “한국과 미국 정부 관리와 중국 인권운동가 등의 G메일 계정을 대상으로 한 해킹 사실을 적발했으며 해킹의 진원지는 중국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 저의가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은 1면에 ‘구글, 넌 무엇을 할 생각인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명 칼럼을 싣고 구글이 이번 해킹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구글이 칼날을 중국으로 겨눈 것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구글의 발표는 해킹의 진원지를 밝혔을 뿐 중국 정부가 뒤에 있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뭔가 찔리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의 주요 e메일 검열 대상 중에는 인권운동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측은 중국 정부의 개입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국 외교부와 관영 언론의 잇따른 비난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섣부른 대응은 역화(逆火)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지난해의 경험에서 깨달은 학습효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펄쩍 뛰는 모습에서 오히려 국제사회는 중국 당국이 자국 내 e메일 검열에 이어 타국 공무원의 e메일까지 해킹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구글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명예를 건드려 지난해 굴욕을 설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관영 언론이 대문짝만 한 칼럼을 통해 공격하고 나선 것도 구글이 교묘한 전략을 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해커의 진상과 구글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시장을 무기로 한 중국의 검열과 이에 맞서는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의 자존심 싸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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