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남해안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대한(對韓) 신규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KT와 합작으로 경남 김해에 일본 기업들의 서버를 운영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올해 3월 전남 여수 율촌 산업단지에 제1공장을 준공한 일본 정밀기계 제조업체 엘티아이는 연말까지 1400만 달러(약 151억 원)를 추가 투자해 같은 산업단지에 제2공장을 짓는다. 일본 부품소재기업 15개사는 최근 투자 타당성 검토를 위해 경북 영일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국이 일본 기업의 신(新)생산기지로 떠오른 계기는 3·11 동일본 대지진이다.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누출사고는 일본 열도의 투자 리스크를 높였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근로자의 교육 수준과 기술력이 높은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원전 사고 이후 확산되는 탈(脫)원전 움직임으로 일본 내에서 전력(電力) 공급 불안이 커진 현실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국 일본 간 교역 구조도 부분적으로 바꿔놓았다. 올 1∼4월 우리나라의 대일(對日) 무역적자는 100억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줄었다. 4월의 월간 무역적자는 34.3%나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개최한 ‘월드 IT쇼 수출상담회’에는 일본 바이어들이 대거 몰렸다.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는 만성적인 대일 적자 구조를 개선하고 한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이런 호기(好機)를 잘 살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본기업 전용공단 신설 등 일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자체들이 자칫 과당 경쟁으로 내실은 못 챙기고 지방재정만 낭비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일본의 원전 기피 움직임으로 일본 내 전력 부족과 전기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일본 기업들이 한국을 찾는 한 원인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안정되게 공급되는 저렴한 전력은 중요한 산업경쟁력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의 안전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각국의 지형적 경제적 사회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 맹목적 원전 반대론에 휘둘리는 것은 균형감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