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입할 이익단체도 없는 국민은 누가 챙겨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휴일이나 이른 새벽 또는 늦은 밤에 두통약 소화제 등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을 구입하기 위해 문을 연 약국을 찾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슈퍼마켓이나 잡화점에서 일반의약품(OTC)을 팔게 허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은 약사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한약사회의 반대가 만만찮아 소비자들이 슈퍼마켓에서 OTC를 살 수 있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국 약사 6만 명 가운데 약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약사회 회원으로 가입한 약사는 약 3만 명으로 알려졌다. 약사들은 직업 특성상 ‘골목 여론 전파자’여서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서민정당을 내세우는 민주당도 서민의 고통을 덜어줄 OTC 슈퍼마켓 판매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도 국회는 교원단체를 의식해 법제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현행 교원평가제에 반대하고 한국교총 내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17대 국회 때 정부가 제출한 교원평가제 법안은 계속 국회 서랍 속에 묻혀 있다가 17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18대 국회 출범 이후 다시 제출된 법안도 언제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결국 정부가 대통령령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교원평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법제화를 통해 제대로 실시하는 것이 맞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폐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핵심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지난해 1월 개정됐다. 그러나 야4당은 노조법의 핵심 내용을 무효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복수노조 설립을 제한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정치적 발언권이 강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익단체들의 입법 및 정책 로비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부와 국회가 이익단체에 휘둘리면 다수 국민의 이익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유권자들은 이익단체 편에 서는 장관과 의원들을 평소 눈여겨봐뒀다가 선거 때 낙선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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