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규한]‘한반도의 정원’ 동해에 관심 기울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동해는 한민족의 얼이 살아 숨쉬고 있는 소중한 바다다.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함께 나선특구를 통해 중국에 동해로 바닷길을 열어준다는 소식은 놀랍다. 2002년 백두산 연구를 위해 두만강 하류까지 방문했다. 두만강 최하류인 동해 초입에서 불과 500여 m 지역까지 두만강 변을 따라 중국 영토로 돼 있었다. 북-러 철교가 가깝게 보이는 그곳에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주석이 세운 ‘守東北前哨 揚中華國威(수동북전초 양중화국위)’라는 국경 경계비가 보였다. 중국 대륙에서 동해로 출구를 열망한 숨은 뜻을 읽을 수 있었다. 분단의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국경선 위치가 바뀐 사실에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지질학적으로 동해는 약 1500만 년 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일본 열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로 한반도에 붙어 있었다. 판구조운동으로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조금씩 갈라져 나갔고 동해 바다가 열렸다. 일본 중부 히타산지 지질과 한국 옥천대 지질이 유사하다. 동해 해저에는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간 대륙 지각의 조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동해가 갈라지는 과정에서 울릉도와 독도 같은 화산섬이 만들어졌으며 동해 해저 여러 곳에서 화산암류 암석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는 동해에서 유일하게 해수면 위에 분포하고 있는 화산섬으로 동해의 지질 역사를 잘 기록하고 있어 동해 형성 연구의 열쇠로 여겨진다.

동해는 130만 km² 면적에 평균 수심이 1350m(최대 수심 3800m)로 큰 해양의 축소판인 미니 해양이다. 크기는 태평양의 0.6% 정도지만 해수면의 변동, 해수의 수온과 염분에 의해 일어나는 밀도류 등 모든 해양 현상이 발생하는 해양학의 교과서와 같다. 동해의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표층수와 심층수가 수심 200m 부근에서 성층을 이루는 수괴구조라고 해양학자들은 말한다. 동해 해수는 동해 주변 육지의 기후와 생물 활동, 식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동해 심층수는 동해 고유의 수온 0.2도, 해수 kg당 고형물질 34g에 용존산소가 다량 녹아 있는 균질하고 특이한 물로 수자원 개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해 해저는 메탄하이드레이트와 유전 가스 개발을 비롯해 어업 등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며 지형학적으로는 한반도의 정원과 같은 지구상에서 보기 드문 청정해양이다.

동해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역사는 길다. 1787년 프랑스 라페루즈 일행이 한반도 남동지역에서 울릉도 주변 조사를 시작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동해 해저 시추 탐사, 환경 및 수자원 연구 등 한일 양국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특히 일본에서는 1967년부터 가나자와대가 니혼카이(日本海)라는 연구 전문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도야마(富山) 현에서는 ‘일본해학’을 제창하고 행정기구로 ‘국제 일본해 정책과’라는 전담부서까지 설치해 동해의 관리는 물론이고 일본해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동해 연구는 주로 일본인들이 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도 2008년 경북 울진에 동해연구소를 열어 동해 연구를 하고 있다. 동해는 동북아의 해양관문으로 지정학적 전략적 요충지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 때문에 동해를 중심으로 북-중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개발특구 지정은 한민족의 역사적 운명의 관점에서 남북이 함께 신중히 논의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동해연구소를 활성화시켜 동해 연구 역사의 과거와 미래의 산실로, 동북아 해양국제중심연구센터로 만들어가야 한다. 동해 명칭 바르게 표기하기와 독도 영유권 문제, 동해의 영구적 보존을 위한 환경 감시기능을 포함한 동해의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 주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는 동해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면서 동해를 바로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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