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기우]손 떼려는 현대百… 뒤늦게 몸 단 서원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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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장기우 사회부
장기우 사회부
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모충동 서원학원 산하 서원대 본관 대회의실. 이 학원 김병일 이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현대백화점그룹에 학원 인수 포기 철회를 요구했다. 재계 순위 30대 그룹의 하나이자 서원학원의 최대 채권자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포기선언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장면만 보면 마치 현대백화점그룹이 새 재단을 영입해 다시 태어나려는 한 지방 사학재단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서원학원 측이 21일 오전 현대백화점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 발표한 지 불과 수 시간 뒤 현대백화점그룹이 돌연 인수 포기를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 측의 포기 이유를 들어보면 사정이 180도 달라진다. 그룹 측은 “지난 3년간 단 하루도 (서원학원의)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돼 많이 지쳤고, 그룹 이미지에도 악영향만 미칠 것 같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것이다. 육영사업에 뜻을 갖고 있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청주에 백화점 출점을 검토 중이던 2008년 서원학원 인수에 나섰다. 당시 서원학원은 16년째 파행 운영 중이었다. 산하에 서원대와 5개 중고교가 있는 이 학원은 1992년 강모 이사장이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관선이사 파견과 새 재단 영입이 반복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2003년 학원을 인수한 박모 전 이사장을 옹호하는 교수들과 이를 반대하는 교수 사이에 갈등이 계속됐다. 업무방해, 업무상 횡령, 폭행 및 모욕 등을 이유로 구성원간 고소전도 난무했다.

이 틈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상화의 대안이 아니라 갈등 조장의 매개체로 전락했다. 심지어 2009년 말 교육과학기술부가 파견한 임시이사회 인사 일부가 현대백화점그룹과 거래관계에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결국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인수 후에도 학원정상화를 주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결국 사장단 회의에서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최근 부실대학 문제가 ‘반값 등록금’ 문제와 겹쳐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른 상황에서 학원 분규를 계속 야기하는 쪽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회사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대백화점 정도의 기업조차 포기를 한다면 그보다 회사규모나 능력이 떨어지는 회사가 어떻게 인수를 할 수 있을까. 만약 대학이 망한다면 지금까지의 반대투쟁은 과연 무엇을 위한 투쟁이었는지 구성원들이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장기우 사회부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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