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의 데이터센터(IDC)를 한국이 유치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IBM이 인천 송도에 데이터센터를 열었고, KT도 일본 통신기업 소프트뱅크와 합작으로 일본 기업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10월까지 김해에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도 자기 나라를 클라우드 컴퓨팅 허브로 만들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는 기업에 땅을 싸게 빌려주고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중국도 지난해 10월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항저우 등을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시범구역으로 지정하고 향후 3년 내에 상하이 기업 100개 이상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국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센터 유치에 각국 정부가 나서는 이유는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과 함께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세수 증대와 같은 경제적 효과와 데이터센터에 담긴 ‘정보’ 자산을 유치해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데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기업의 중요한 정보가 저장되기 때문에 기업 데이터센터가 있는 국가와 지역의 중요성도 커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세계 유수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유치 지역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데이터센터 유치에 앞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가 데이터센터 유치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지리적 위치와 안정성,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 고품질 전력 외에도 저렴한 전기요금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의 40∼50%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 장비뿐 아니라 안정성과 신뢰성 보장을 위한 2중 전원시설, 냉각장치, 공조시설 등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만큼 전기가 많이 소비된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1년에 소비하는 전력은 약 6만 MWh 정도로 5개의 대형 데이터센터 전력사용량은 9만 가구 규모의 경기 광주시 가정용 전력사용량과 맞먹는다. 정부에서도 에너지 과소비 건물로 지속적으로 이슈화되어 온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2009년 ‘차세대 IDC 그린화 추진 방안’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전기요금은 전체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전기요금이 저렴한 한국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수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 있다. 전력 공급과 투자 보수비용을 합한 개념인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86%까지 내려가 있어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를 야기하고, 해마다 여름철이면 늘어나는 냉방 부하로 인한 전력난으로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전체 소비전력의 약 45%가 발열 처리 및 냉각장치에 사용되는 데이터센터는 여름철 전력난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설 시 고효율기기 등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 절약시설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현실화와 함께 전력피크 분산을 위한 계절별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확대 적용 등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가 데이터센터의 전체 전력 소모를 줄이는 ‘IDC 그린화’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효율 저장장치와 그린웨어 등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고효율장비 사용 유도를 위한 보조금 등 인센티브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세계 IT업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그린 IT’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유수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국내 유치로 IT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데이터센터의 저전력 고효율화를 선도해 글로벌 그린 데이터센터 허브로 도약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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