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교육이 가꿔 나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집안 환경이 어렵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OECD가 2009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배경이 좋지 못한 학생 가운데 학업성취도가 높은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었다. 최근 들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능력에 따라 자녀의 학력이 좌우되는 현상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교육이 사회적 계층 상승을 견인해주는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ECD는 가난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공교육, 둘째는 학생 스스로의 학습 동기다. 이런 분석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학생들의 도전 정신과 성취 의욕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 공교육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키워주는 교사들이 적지 않음도 알 수 있다.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 비율이 낮은 나라로 미국과 영국이 꼽혔다. 이들 나라에선 불우한 아이들이 등교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교육이 저소득층에게 기회를 제공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가 노점상을 하며 야간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이명박 대통령이다. 고졸로 입신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사례다. 기업인 1세대 중에도 어렵게 공부하며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가정 형편에 따른 학력 격차가 점차 커지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서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가정의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명문대학에 갈 수 있다”는 질문에 20, 30대의 83%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계층 상승에 대한 희망을 잃은 젊은이가 많아지면 사회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서울에서도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의 명문대 합격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탈북자 자녀들이 학교 적응에 실패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 기능을 계속 수행하려면 가난한 수재들이 돈이 없어 학업을 중도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까지 ‘반값 등록금’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 취약계층부터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건강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대학 등록금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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