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새 지도부, ‘국민 신뢰’ 마지막 기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4선(選)의 홍준표 의원이 새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유승민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과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그리고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이 2012년 7월 13일까지 집권여당의 새 사령탑을 맡는다.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의 약진과 친이(親李·친이명박)계의 퇴조가 뚜렷해졌다.

홍 신임 대표는 당선 수락연설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첫 개혁 과제는 계파 타파”라면서 “한나라당은 ‘참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는 이번이 당을 쇄신할 마지막 기회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집권 3년여 만에 깊은 잠에 빠져 국민이 여러 차례 보낸 경고 메시지를 흘려버렸다. 명색이 집권여당이 국정 표류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에도 친이, 친박계에 소장파까지 끼어든 계파 갈등이 계속됐다.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달여간 소임을 마무리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도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생각만 하면서 특유의 웰빙 체질이 더해져 위기의식이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진정한 쇄신이 없다면 9개월 남은 내년 총선에서부터 민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홍 대표 체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더불어 임기 말 국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주요 현안을 놓고 청와대에 할 말은 당당히 하면서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집권여당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홍 대표도 과거의 비주류 의식을 털어버리고 한층 성숙한 자세로 당청관계를 조율해 나가기 바란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세간의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면 개인도 당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새 지도부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6·3회동’ 화합 기조를 살려가면서 계파 갈등의 잔재는 용광로에 녹여버려야 한다. 내년 4월 총선 공천은 새 지도부의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계파의 벽을 뛰어넘어 각계각층의 새로운 인재를 대거 영입하는 탕평책을 마련해야만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법원 결정으로 전대 룰을 정한 당헌의 효력이 정지되거나 ‘유령당원’이 선거인단 명부에 버젓이 오른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도 기본에 충실한 정당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야당과 설익은 포퓰리즘 정책 경쟁에만 매달린다면 무(無)개념 무가치 무원칙의 3무 정당이 될 것이다. 8월 말 실시될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도 방관할 것이 아니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일이다. 홍 대표가 말한 ‘참보수 정당’이 되려면 표를 쫓아만 갈 게 아니라 표가 돌아오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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