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3(슈퍼스타K3)’ 가수 오디션에 응시한 사람이 200만 명에 이른다. 한국 인구를 대략 5000만 명으로 친다면 25명 중 1명이 가수가 돼 보겠다고 마이크를 잡은 셈이다. 가수 지망생들도 초등학생부터 60대 노인 보컬그룹까지 다양해 가히 국민적이라고 할 만하다. 누구든 도전할 수 있고, 실력만 있으면 발탁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공정성이 슈스케 열풍을 만들었다. 가진 것 없고 아는 사람 많지 않아도 죽을힘을 다해 끼를 보여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
▷‘슈퍼스타K2’와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 허각과 백청강은 연예기획사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만들어진 아이돌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 동화 속에서 금방 빠져나온 듯한 왕자의 이미지도 아니다. 환풍기 수리공과 옌볜(延邊) 조선족 출신이라는 화려하지 않은 ‘과거’가 오히려 극적인 감동을 일으켰다. 보통만도 못해 보이는 사람들의 성공을 향한 몸부림에 시청자들은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대리체험과 대리만족을 한다.
▷슈스케가 너무 잘나가자 방송사의 고질적인 베끼기 현상이 심하다. 이른바 ‘미투(Me Too) 프로그램’이 10개에 이른다.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난립해 채널을 돌릴 곳이 없다. 상금이 총 5억 원에 이르자 일장춘몽을 꾸는 응시자를 유혹하는 엉터리 기획사와 ‘족집게 학원’이 난립한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1분 남짓한 시간 안에 심사위원들이 과연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오디션 열풍에는 신바람이 나면 무섭게 몰아붙이는 한국인 특유의 DNA가 숨을 쉬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만들어 낸 힘도 바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집중력에서 나왔다. 지구촌 곳곳에 한류(韓流)의 실핏줄이 흐르기 시작한 것도 이런 오디션 열풍이 보여주듯 문화 저변의 탄탄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도전했기에 행복했다는 한 응시자의 말은 울림이 있다. 저질러 보지 않은 사람은 있는 힘을 다해 도전했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모른다. 다만 엇비슷한 프로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무대와 객석에 밀려올 허전함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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