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마케팅’ 박 전 대표에게 부메랑 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경북의 한 지역에서 미래포럼을 결성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홍보하는 동영상을 상영한 K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상의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가 폐쇄명령을 내린 미래포럼은 K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임원으로 등록돼 있으나 회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5월 16일 포럼 발대식 행사에는 친박(親朴)계인 전직 중진 의원이 참석해 박 전 대표 지지 발언을 했다.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를 굳히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이미지를 이용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위장 사조직’의 사례다.

고발을 당한 K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2007년 대선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측근이다. 박 전 대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를 전혀 모르는 인사들까지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팔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모 씨는 2009년 11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박 전 대표를 참석시키겠다고 거짓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선관위는 자신의 선거를 위해 ‘박근혜 마케팅’을 하는 위장 사조직을 처음 적발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갖가지 형태의 박근혜 마케팅이 공공연히 벌어졌다. 박 전 대표의 후광(後光)효과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상투적 수법이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박근혜 마케팅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친박계 인사들이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돕기 위한 지역별 외곽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둘러싼 잡음이 들리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행사 초청을 대부분 완곡하게 거절하지만 허위 홍보를 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세(勢) 확산을 즐길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 사전선거운동 성격의 박근혜 마케팅이 계속된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박 전 대표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소지가 있다. 박근혜 마케팅의 부정적 측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를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일한 온정주의로 박 전 대표가 쌓아온 원칙과 신뢰의 정치적 자산이 훼손된다면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선 공직선거법을 어기는 수준의 왜곡된 박근혜 마케팅은 국민 선택권을 교란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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