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무상급식’이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를 가릴 서울시 주민투표가 8월 말 실시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부를 검증한 결과 주민투표 청구에 필요한 서울의 유권자 5%(41만8005명) 이상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유권자 5%의 정족수를 채운 것을 확인하게 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하게 된다.
2004년 주민투표법이 제정된 이후 전국에서 세 차례의 주민투표가 실시됐지만 모두 시군 통합이나 폐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입지 선정 등 국가 사무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주민투표는 자치 사무에 관한 것으로는 처음이고 투표 결과가 전면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우리 복지정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의 중요한 부분이다. 전면 무상급식처럼 지방정치인들이 극한적으로 대립해 해결하지 못하는 사안을 주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주민투표가 남발되는 것은 문제지만 지나치게 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구잡이 주민투표를 막기 위해 일정한 주민투표 청구 정족수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행 주민투표법처럼 일률적으로 5%를 요구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보통 정족수 비율을 지방자치단체 규모에 따라 달리 한다.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서는 5% 정족수를 채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서명 요청인의 범위를 너무 제한해 어디에 가서 서명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은 사람도 많았다.
선진국에서는 주민투표를 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지만 우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 선관위가 주민투표를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관리해 주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투표가 성립하려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활발한 토론과 선거운동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선관위는 선거운동 관리는 엄격히 하되 유권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막지는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주민투표를 무산시키려 한 것은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정당으로서 있을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단 주민투표가 발의되면 유권자의 참여를 독려해 투표로 의사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의 태도다. 찬성이든 반대든 주민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자치다. 이번 주민투표를 민주와 자치정신이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