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 無대책에 장관들은 딴소리나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휘발유값이) L당 2000원 수준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은근히 상한선을 제시했다. 기름값 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서울 지역 휘발유값은 L당 평균 2013.89원, 14일은 2019.30원이었다. 주문 섞인 전망이 하루 만에 깨짐으로써 박 장관은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만 더 금이 가게 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그제 한 세미나에서 “고물가가 성장 위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오해”라며 세계가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고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정부 정책의 실패로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은 지성적이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물가관리가 쉽지 않은 여건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연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하자마자 ‘기름값을 내리라’고 기업들을 압박해 왔던 최 장관으로서는 물가관리 실패의 자기 책임부터 인정하는 편이 나았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값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잡으려 들면 시장만 왜곡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경고했다. 그런데도 장관들은 압박으로 일관했다. 최 장관은 기름값 원가 분석에 실패하자 정유업계를 찍어 누르거나 통사정해 L당 100원 인하를 이끌어냈다. 유통업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0년 묵은 정유업계의 담합을 잡아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장면 김치찌개값 단속에 나섰다. 이들은 구식 물가관리로 ‘시장경제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비판대로 듣고, 관리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4.4% 올라 6개월 연속 4% 이상의 높은 상승을 이어갔다. 3주째 지속된 장마로 채소 과일값이 급등했다. 한국은행은 어제 “농축수산물 가격을 중심으로 한 비용 요인,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 압력, 기대 인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관들이 몇 달간 기름값에 매달리는 식의 ‘보여주기 정책’은 이미 약효를 잃었다.

정부가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다. 국민 앞에 솔직한 중간보고를 할 때다. 장관들의 판단 착오나 정책 잘못도 자체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대통령부터 배추 무 등 6개 품목의 가격 관측 실패 원인, 주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정책의 허실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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