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로저 코언]머독을 위한 변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리 합당한 경고를 하자면 이 칼럼은 루퍼트 머독을 위한 변론이다. 그는 수십 년간 신문이 생동감을 잃지 않고 활기차게, 때론 소란을 일으키면서도 의미를 지킬 수 있게 했다. 머독이 없었다면 영국의 신문 산업은 완전히 붕괴됐을지도 모른다.

머독을 위한 변론을 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마치 영국의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이 뉴스인터내셔널(NI·머독 소유의 뉴스코퍼레이션 영국지부)에만 국한된 일이고 영국의 제도권 기관들과는 무관한 일인 것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본론에 앞서 몇 가지 단서를 달겠다. 첫째, 해킹은 물론 불법적인 것이고 변호할 여지도 없는 것이다. 둘째, 머독이 1996년 출범시킨 폭스뉴스는 미국 정치를 양극단으로 모는 우파 선전선동을 벌여 왔다. 폭스뉴스는 이성적 토론을 몰아내고 대립을 일삼게 만들었다. 셋째, 내가 기후 변화부터 중동 문제에 이르는 모든 사안에 대해 머독의 관점에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왜 머독을 존경할까?

우선 엘리트와 안이한 기득권층을 싫어하는 그의 분명한 태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아무 제약 없는 자유로운 저널리즘을 선호하고 있다. 일전에 머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1968년 처음 영국에 왔을 때 상류층 사람들로부터 하루치 일감을 얻기도 힘들었다. 호주인으로서 나는 매일 8∼10시간을 열심히 일한 뒤에 성공을 거뒀다.”

그러면서 해킹 사건 당시 편집장인 레베카 브룩스를 감싼 것처럼 머독은 자기 사람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졌다. 더타임스와 같은 영국 내 주요 신문에도 꾸준히 돈을 쏟아 부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신문 ‘뉴스 리미티드’로 출발한 머독이 연 매출액 330억 달러의 거대 미디어 그룹의 수장으로 성공한 바탕은 그의 통찰력과 위험을 감수하는 결단력이었다. 물론 이런 특징이 머독을 실수로 이끌기도 했다. 2005년 5억8000만 달러에 인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마이스페이스를 최근 헐값에 매각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머독의 어록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시장 점유율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나는 지난해 여름부터 더타임스를 유심히 지켜봤다. 국제 뉴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 신문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온라인 기사 유료화 정책도 밀어붙였다. 제임스 하딩 편집장이 이끄는 더타임스는 정도(正道)를 걷고 있다고 본다. 보수를 지향하는 텔레그래프와 진보적 성향의 가디언이 갖는 편향성과 다르다는 의미에서다.

머독이 없는 영국 미디어 풍경은 빈곤하게 비칠 것이다. 그가 더타임스를 인수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머독이 옳았다. 그는 특종과 단편적인 뉴스를 좋아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더타임스는 신중한 언론인들이 머독 아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머독은 지금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로 곤경에 빠졌다.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 전에는 머독에게 꼬리치던 정치인들도 이젠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머독이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예전에 머독을 만나 TV 제국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을 묻자 그는 “실수를 덮어라”고 말했다. 그의 원초적 능력과 중단 없는 혁신은 미디어와 열린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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