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 119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우리는 내일 63주년 제헌절을 맞는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자 최고 법규다. 헌법의 원리를 무너뜨리면 국가와 국민은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경제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현행 헌법은 9장(119∼127조)에서 경제 각 분야에 관한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라는 당내 기구를 발족하면서 헌법 119조 2항을 강조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해 당내 서민대책특위 위원장 시절 이 조항을 거론했다. 여야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압박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 조항을 원용(援用)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119조는 우리나라의 기본적 경제 질서를 규정한 핵심 조항이다.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6월 우리 헌법의 경제 질서는 사유재산제와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 성격도 띠고 있다고 해석했다.

우리 헌법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일정 범위 안에서 정부의 개입을 인정하고 있다.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과 서민층도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2008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듯이 금융 분야는 건전성 감독과 규제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규정한 119조 1항은 소홀히 하고, 2항의 ‘규제와 조정’을 근거로 지나친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천명한 119조 1항이 원칙이고,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를 규정한 2항은 보완적 성격이라는 것이 헌법학자와 경제학자들의 다수 견해다. 자유시장 경제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문 경제 발전을 이룩한 원동력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정치권이 헌법 119조 2항만 강조하면서 1항을 경시하는 위험성은 경계해야 한다. 개별 정책에서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침해하는 과도한 개입과 헌법상 용인되는 합법적 개입의 적정선을 판가름하자면 헌재와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헌법 119조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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