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영훈]대구대회에 뒷짐진 육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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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장영훈 사회부 기자
장영훈 사회부 기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의 한 간부는 얼마 전 입장권 50장을 구입했다. 트랙 및 필드경기 결승전이 열리는 A석 입장권이었다. 장당 4만 원씩 모두 200만 원어치다. 의무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울에 있는 지인에게 평생 관람하기 어려운 세계 3대 스포츠 행사의 현장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는 “육상경기는 직접 봐야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예찬했다. 그러면서 이어달리기 경기에서 배턴을 주고받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조직위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이 간부처럼 육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육상의 매력을 더 잘 알 법한 육상인의 참여는 거의 없다.

입장권 판매 실적을 보자. 조직위에 따르면 15일까지 전체 입장권 45만3962장 중 76.3%인 34만6272장이 팔렸다. 초중고교 현장학습용(14만5000장·43%)과 단체입장권(15만6300장·46%)이 대부분이다. 단체입장권의 90%가량은 기업이 떠안았다.

대한육상연맹을 비롯한 육상 관련 단체가 구입한 입장권은 얼마나 될까. 조직위의 확인 결과 전국육상연합회 명의로 팔린 것은 57장이 전부였다. 금액으로는 118만 원어치다. 믿기지 않아 육상이 관련됐을 수 있는 체육 관련 단체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대구시체육회 200장(1000만 원), 달성군체육회 60장(168만 원), 경남체육회 40장(160만 원), 울산생활체육회 50장(70만 원) 등 모두 합쳐 350장(1398만 원)이었다. 일반 단체가 구입한 입장권 3만5000장의 0.01% 수준이다. 육상인들이 개인 명의로 샀을 수도 있지만 얼마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중국육상연맹이 168장(546만 원)을 구입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육상인들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조직위의 판단이다. 열악한 재정 여건 때문에 입장권을 구입하기는 어렵더라도 육상연맹 차원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직위 일각에서는 육상인이 자원봉사에 적극 나서줄 것을 바라는 분위기다. 육상을 제대로 알리고 관람 예절도 널리 알릴 수 있는 적임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5월 대구국제육상경기 때 관람 학생들이 지나치게 떠들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육상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육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한국 육상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육상 부흥의 장에 육상인들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대구에서

장영훈 사회부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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