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자질과 역량을 강화해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자면 제대로 된 교원평가제가 정착돼야 한다. 교원평가제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학부모의 86.4%가 찬성했을 정도로 국민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연대한 야권에 끌려다니느라 법제화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말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만들어 교과부가 교원 평가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세부 내용은 시도교육감에 맡겼지만 서울 경기 등 6개 시도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의 대화와 설득으로 5개 시도는 결국 정부가 정한 기준과 절차를 수용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정부의 시정 요구와 직무이행 명령을 거부하고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 때문에 전북교육청에 대한 교과부의 지방교육재정특별교부금 124억 원이 유보됐다. 교육감이 편협한 이념에 집착해 끝내 교원평가를 거부하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원평가제를 법률로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열성과 역량이 부족한 교사의 연수를 의무화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제도가 지속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3개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국회 교과위는 평가 결과를 교원의 보수와 인사에는 반영하지 않고 전문성 신장에만 활용하는 속 빈 강정 같은 대안을 마련했지만 그마저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최근 전체 교사 4100명 가운데 5%에 해당하는 무능교사 206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우수 교사 663명에 대해서는 1인당 최대 2만5000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지난해 10월 사임한 미셸 리 전 워싱턴 교육감이 교사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교사 업무 수행 프로그램(IMPACT) 평가 결과를 현 교육감이 그대로 시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먹는 방식으로는 교사의 자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한 주요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이 포함된 22건의 법안 및 안건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을 포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북한인권법 등이 처리 대상이다. 이들 법안이 8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에서는 예산 등에 밀리고 내년에는 총선 대선 바람 때문에 결국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국정 운영에 시급한 법안을 방치하는 의원들은 총선에서 매서운 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