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포기 의지 분명해야 남북접촉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가 어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시간 동안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경색 해소를 위해 진지하게 의견 교환을 했다. 북한이 1, 2차 핵실험을 실시해 핵보유국에 근접한 이후 남북이 핵을 의제로 삼아 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이 올해 5월까지 지속했던 비밀접촉을 공개 회담으로 전환한 의미도 가볍지 않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생산적이고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비핵화 협상과정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도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이 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남북대화가 6자회담 수석대표 이상의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위 본부장은 남북 비핵화 회담이 우리가 제의한 3단계 회담의 첫 번째임을 강조하면서 북-미회담과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언급했다. 위 본부장은 어제 회담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도 거론했다고 밝혔다.

남북이 공개적으로 만나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최악의 국면에서도 남북대화는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북한은 우리 측이 비밀접촉에서 6월 판문점 1차 정상회담, 8월 평양 2차 정상회담,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3차 정상회의 계획까지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5월 9일 베를린에서 북한의 핵포기 약속을 전제로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어제 “8월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밑 대화를 통해 성사된 이번 비핵화 회담을 거쳐 남북이 더 큰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어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공언한 북한은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유화 국면을 조성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궁극적 목표인 북-미대화로 가기 위해 중간단계로 남북회담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27개 국가가 참여하는 연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대화는 대화대로 진행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긴장을 풀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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