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27 패배 석 달, 한나라당 변신의 현주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은 원내대표단을 교체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얼굴들을 바꾸었다. 40대 최고위원 3명이 진입하면서 새 지도부의 평균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비주류의 상징인 홍준표 의원이 대표가 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의 계파색이 무너지거나 섞여버린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변모다. 친이계가 크게 퇴조한 대신 친박계의 영향력은 일거에 확장됐다. 친박 대표성을 지닌 유승민 의원이 전당대회 투표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돼 홍 대표와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새로운 모습이다. 친박계는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당직을 차지했다. ‘당내 야당’으로 간주되던 쇄신파가 지도부에 편입되고 핵심 당직을 맡은 것도 작지 않은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외견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속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달라졌나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홍 대표가 당정관계에서 ‘당 선도론’을 내세우며 그제 여당 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매머드급 고위 당정청(黨政靑) 협의회를 열었으나 한나라당 참석 예정자 가운데 상당수가 불참하거나 회의시간에 지각했다. 위기의식이 말뿐이라는 증거다. 2시간 동안의 회의에서 대학등록금, 감세 문제 등 약 20개 의제를 논의했지만 컨센서스를 이룬 것은 거의 없다. 수박겉핥기식 논리만 늘어놓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고 헤어졌다.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은 없어 당내에서조차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까스로 봉합되긴 했지만 주요 당직 인선을 놓고 다투다 계파 나눠먹기의 구태를 보인 것도 예전 그대로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 개혁은 고사하고 합리적 공천이 이뤄질지조차 미지수다. 참신한 새 인물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출마를 포기하거나 자기희생적 자세를 보이는 사람도 없다. 노선의 무분별한 ‘좌클릭’으로 보수정당의 가치조차 내팽개치려는 행태에 대해 전통적 지지층은 미덥지 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이 ‘서민정당’을 내세우며 뭔가 변화된 것처럼 보여주려 하고 있지만 겉모양의 변신이나 번드르르한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몸과 마음은 ‘웰빙 DNA’ 그대로이면서 입으로만 “낮은 곳으로”를 외쳐본들 국민이 진정성을 믿어주겠는가. 당의 실질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리더 그룹부터 자기희생의 모습을 행동으로 보임으로써 당 전체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만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