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노키아 몰락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지난달 미국의 한 웹사이트는 ‘내년에 인수합병(M&A) 등으로 사라질지 모르는 브랜드’ 1위에 노키아 휴대전화를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삼성이 노키아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노키아의 실적과 전망을 보면 지금 노키아를 사고 싶다는 기업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2월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에 서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급기야 2분기(4∼6월)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빼앗기고 3위로 추락하더니 적자까지 냈다.

▷지난 20년간 세계 ‘휴대전화 제왕’으로 군림해온 노키아의 몰락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진리가 또 확인됐다.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갈 때 노키아는 ‘우리 제품이 시장 표준’이라며 자체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고수했다. 이런 자만심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OS는 스마트폰의 속도나 활용성을 좌우해 하드웨어 이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한다. 노키아는 MS의 윈도폰 OS를 채용한 스마트폰을 올해 말 내놓겠다고 전략을 바꿨지만 늦은 감이 있다.

▷노키아는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의 최대 기업이다. 1865년 수도 헬싱키 근처의 노키아라는 작은 마을에서 제지업체로 출범해 1970년대 문어발식 확장 단계를 거쳐 1990년대 초부터 이동통신에 주력했다. 핀란드 경제의 25%를 차지해 ‘노키아의 핀란드’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노키아가 최근 부진으로 직원 7000명을 해고 위기에 빠뜨리면서 핀란드 경제도 휘청거린다. 2009년 출시돼 세계 2억 명 이상이 내려받은 아이폰 게임 ‘앵그리버드’가 핀란드의 새 상징으로 뜨고 있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2007년 6월 29일이 노키아에는 대재앙의 날 같을 것이다. 자만심에 빠진 1위의 몰락 사례가 추가될 때마다 ‘그럼 삼성은?’이라는 질문이 나온다. 삼성은 애플에 아이폰 부품의 50% 이상을 납품하면서 스마트폰 판매와 특허전쟁에서 애플과 치열하게 다투는 사이다. 노키아보다 리스크 관리는 앞서지만 시장 창조에서는 애플에 뒤진 삼성이 위기의식마저 느슨해진다면 큰일이다. 삼성이 혁신을 이어가야만 큰 시장을 열어갈 수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